강북삼성병원, 응급 전문의 중환자실 파견

입력 2024-03-27 04:07
26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구급차가 서 있다. 김용현 기자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이틀째인 26일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강북삼성병원이 전날부터 응급실 병상을 대폭 줄이고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다른 과로 파견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급의학 관계자들은 병원 측이 사실상 중증 응급 대응을 멈춘 것과 다름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26일 병원에 따르면 기존 응급실 병상은 21개였으나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점차 줄어들다 이날 7개로 축소됐다. 응급실 근무 간호사 다수도 무급휴가 사용에 들어갔다. 전공의 이탈로 상급종합병원마다 의료 수익이 줄면서 긴축 재정에 돌입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병원 관계자는 “25일부터 응급실 운영 병상 수를 더 축소하고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중환자실에 파견하는 등 인력을 재배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로 인해 야간(오후 8시~익일 오전 8시)에 응급 중증환자, 특히 심근경색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는 “가동되는 응급실 병상이 줄어들면서 응급실 의사 선생님들이 다른 곳으로 가게 됐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만난 타과 전문의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도록 배정된 인원이다. 그런 식으로 근무하는 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센터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따르면 응급실 전담 전문의는 타과 진료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한시적으로 평가를 유예하면서 응급실 전문의를 중환자실 등 타과로 파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강북삼성병원의 이 같은 조치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불가피하게 도입된 비상진료체계의 틈새를 노린 결정인 데다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응급 중증 대응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배려를 했던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응급실 병상 수를 줄여 받을 수 있는 환자 수도 줄여놓고, 여기에 더해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까지 빼서 중환자실에 투입하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북삼성병원 측은 “중환자실 환자 케어를 위해 논의했던 것”이라며 “야간 응급상황에 심장마비 환자 공백이 없도록 순환기내과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알려 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