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보수 지지층 결집 행보… 朴 “나라 어려운데 단합 중요”

입력 2024-03-27 04:06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 들어서며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나라가 어려운 때일수록 뜻을 모아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회동에 배석한 유영하 대구 달서갑 후보가 전했다. 국민의힘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을 보름 앞둔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당 내부에서 총선 위기론이 번지자 보수 지지층 표심부터 확실히 다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 단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26일 오전 11시쯤 윤재옥 원내대표, 김형동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정광재 대변인과 함께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구 달서갑 후보인 유영하 변호사가 사저 앞에 나와 한 위원장 일행을 맞았다. 한 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은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에 참여했던 한 위원장은 7년여 만에 집권여당 대표 신분으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한 위원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과 현안들, 살아오신 이야기 등 굉장히 좋은 말씀을 들었다”며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고 저도 정말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에 이어 이날 또 대구를 찾은 데 대해 “그때 뵙기로 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날을 (다시) 잡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단합을 강조했다고 회동에 배석한 유 변호사가 전했다. 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22일)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난 것을 언론을 통해 봤다”며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많이 어려운데 이런 때일수록 뜻을 모아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대구에서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며 한 말 중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며 “이를 잘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 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의 잇단 대구행은 보수 지지층 분열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지난 14일 5·18 폄훼 발언 논란에 휩싸인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구 공천을 취소하자 여권 일각에선 지역 민심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돌며 지원 유세를 벌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이 중도층 민심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은 울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당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그때그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 지역구 후보 선거사무소에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시하라고 지시했다가 내부 반발이 일자 철회했다.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중도층 이탈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여당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해당 문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