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방송 시장의 강자였던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업체들이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본업 외에도 가전 렌탈 등 부대 사업에서 수익을 내거나,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이용자들 관심을 끌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지난 21일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을 기존 방송·통신서비스 판매업에서 방송채널사용사업(PP),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콘텐츠사업, 기타 콘텐츠업 등 3가지를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승인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LG유플러스 계열사인 미디어로그의 PP 부문을 인수하고, 자체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을 처음 방송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자회사 PP인 스카이TV를 통해 채널 ENA를 운영 중이다. ENA에서는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하며 같은 해 KT스카이라이프 매출 1조원 돌파에 기여했다. 딜라이브는 지역 채널을 담당하는 딜라이브TV의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오페라 버스킹 프로그램을 제작해 처음 방송했다.
케이블TV 회사에서 뜻밖의 사업이 주력으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LG헬로비전의 가전 렌탈 서비스 ‘헬로렌탈’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 11%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헬로렌탈의 매출은 1000억원 이상으로, 전체 매출(약 1조1900억원)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트렌디한 고가 가전 렌탈의 경우 MZ세대 고객의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TV가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이유는 방송 시장에서 입지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수익성도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케이블TV 업계와 국내 홈쇼핑 업체의 송출료 갈등으로 홈쇼핑 방송이 ‘블랙아웃’ 될 뻔했다. 홈쇼핑 업체는 케이블TV에 수수료를 주고 방송을 송출하는데, 이 수수료가 과하다고 반발한 것이다. 최근에도 LG헬로비전은 PP 사업자인 SBS미디어넷과 콘텐츠 대가 산정 문제로 SBS 스포츠, 골프 채널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가, 가까스로 프로그램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케이블TV 가입자 수도 감소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 수는 1263만1281명으로, 전년 대비(1282만4705명) 20만명가량 줄었다. 반면 OTT 가입자는 급증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OTT 앱 가입자 수는 3008만명에 달했다. 3년 전인 2020년만 해도 OTT 앱 가입자는 1488만명이었다.
또 시장조사 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하반기 국내 유료방송 이용자 2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7%가 케이블TV·인터넷TV(IPTV) 해지를 고려하고 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26일 “현재보다 향상된 고용량·고화질 영상이 나왔을 때, 이를 케이블로 어떻게 원활히 송출할 수 있을지도 업계의 숙제”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