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가 ‘계륵’이 된 모양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2021년 당시 SK㈜ 사장이던 장동현 부회장이 주도해 만든 미래 혁신 성장 전략이다. 2025년까지 SK㈜ 주가를 주당 200만원으로 올려 시가총액 1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200만원은커녕 20만원 밑으로 떨어진 주가에 회사 안팎에선 언급 금지령이 내려졌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2021년 3월 SK㈜ 정기 주주총회 직후 장 부회장은 온라인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투자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장 부회장은 직접 프레젠테이션하면서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친환경),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치 투자자’로 변신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국내 대기업 지주사가 가치 투자자로 나서겠다고 한 건 SK㈜가 최초였고, 현재도 유일하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형식적인 말 대신 4년 안에 주가를 8배 넘게 끌어올리겠다는 당찬 포부에 당시 시장에선 미국의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연상하게 한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현재로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장세가 끝나자, 다른 대기업 지주사와 마찬가지로 SK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파이낸셜 스토리 발표 전인 2021년 1월 36만500원이던 주가는 단 한 번도 이를 뛰어넘지 못했고 줄곧 20만~30만원 사이에 머물렀다.
지난해 10월엔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13만49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주가였다. 코스피 훈풍이 불고있는 26일 현재 주가는 18만8400원이다. SK㈜ 주가 부진은 SK 계열사들의 투자 실패 등 동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핵심 관계사인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의 실적도 부진했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장 부회장은 관계사인 SK에코플랜트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상장 업무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주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고질적인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해결되면 주가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SK그룹 내에서도 “내년 말까지 아직 2년 가까이 시간이 남았다”며 파이낸셜 스토리를 포기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