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 최대 징역 18년… 스토킹 등 ‘솜방망이 처벌’ 줄인다

입력 2024-03-27 04:04

반도체 등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면 앞으로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받게 된다. 미성년자 대상 마약 판매는 최대 무기징역, 흉기 등을 휴대한 악질 스토킹범죄는 최대 징역 5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국민 공감대를 반영해 해당 범죄의 형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양형기준을 정비한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양형기준은 강제는 아니지만 일선 재판부가 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려면 판결문에 합리적인 이유를 적어야 한다. 준수율은 약 90%다. 바뀐 양형기준은 오는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양형위는 반도체, 자동차 기술 등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에 유출한 범행은 최대 18년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일반적인 산업기술 유출 범행의 권고형량도 외국에 유출한 경우 기존 9년에서 15년, 국내 유출은 6년에서 9년으로 높였다. 특히 ‘형사처벌 전력 없음’이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 사유에서 제외되면서 초범도 엄벌에 처해질 수 있게 됐다. 기술 유출 범죄는 한 회사나 업종에 오래 근무한 베테랑 직원이 타사로 이직하며 유출하는 형태가 많아 대부분 초범인 점이 고려됐다.

스토킹사범 처벌도 무거워진다.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 10월 시행됐지만 ‘솜방망이 처벌’ 지적을 받아왔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스토킹처벌법으로 전국 법원 1심에서 처리된 959명 중 실형 선고는 218명(22.7%)에 불과했다.

대법원은 이번에 양형기준을 신설하면서 일반 스토킹범죄는 최대 징역 3년, 흉기 등을 소지한 채 벌인 스토킹범죄는 최대 5년을 권고했다. 양형위는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등을 형을 가중하는 특별가중인자로 정했다. 심각한 피해에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이사하는 등 생활방식을 변경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기존 신체·정신장애, 연령 외에도 ‘조직·단체 내 지휘·감독 관계’를 ‘범행에 취약한 경우’에 추가시켰다. 양형위는 “중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스토킹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감형된다는 논란을 빚은 ‘기습공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형기준상 감경인자인 ‘실질적 혹은 상당 피해회복(공탁 포함)’ 문구에서 ‘공탁 포함’을 삭제했다. 양형위는 “공탁은 피해회복 수단에 불과한데 해당 문구로 마치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형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마약범죄 양형기준도 대폭 상향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마약류를 유통하거나 마약을 대량 제조·유통하는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된다. 미성년자의 경우 성인보다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한 범죄에 더 취약한 점을 고려해 ‘신뢰 관계 이용’을 형 가중요소에 포함했다. 이밖에 ‘입문용 마약’으로 간주하는 대마를 단순 소지하거나 투약하는 범행도 더 무겁게 처벌할 것을 권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