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깬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도박 추문에 선을 명확히 그었다. 야구는 물론 어떤 종목에도 돈을 걸지 않았으며, 지난 주 서울 원정 도중에야 사태를 파악했다고 확언했다.
오타니는 26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답 없이 준비된 성명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12분여간 진행된 이날 회견엔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의 다저스 시절 통역을 맡았던 윌 아이레턴이 배석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입을 연 오타니는 굳은 표정으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팬과 팀 관계자들에게 힘든 한 주였을 것”이라며 “믿었던 이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매우 슬프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불법 도박 연루설은 일축했다. 오타니는 “야구를 비롯한 어떤 종목에도 돈을 건 적이 없다”며 “누군가에게 대신 (도박을) 시킨 적도, 도박업자를 통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타니가 빚을 대신 갚아줬다’는 미즈하라의 당초 주장도 전면 부인했다. 대납은커녕 미즈하라가 그간 도박을 벌였고 빚을 졌다는 사실조차 최근까지 몰랐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지난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1차전 뒤 그간의 상황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클럽하우스에서 (영어로) 이뤄진 팀 회의를 들으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며 “이후 호텔로 돌아가 일대일로 대화하면서 그에게 막대한 빚이 있으며, 내 계좌로 도박업자에게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타니가 직접 해명했음에도 여전히 일각에선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5개월 넘게 몰랐다기엔 미즈하라가 빼돌린 금액이 너무 크다는 취지다. 미국 매체 폭스스포츠는 “최측근이라고 하더라도 미즈하라가 오타니 몰래 (계좌에) 그같은 접근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빅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썼으나 추후 도박 사실이 드러나 영구 제명된 피트 로즈도 거들었다. SNS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그는 현역 시절 자신에게도 통역사가 있었다면 좋았을 뻔했다고 비꼬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