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외부 출신 새 인물 영입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파운드리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유망 기술에서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빅테크 출신이나 경쟁사 인재 수혈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26일 재계와 각 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 빅테크 출신 인재를 다수 영입했다. 지난해 12월 합류한 김용수 영상디스플레이 서비스 비즈니스팀장(부사장)이 대표적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 오라클, 구글 등을 거친 서비스·소프트웨어 전문가다. 구글에서 총괄 부사장까지 지냈다. 김훈식 MX(모바일경험) 개발실 상무는 애플 엔지니어 매니저 출신이다. 이승민 MX CX실 상무는 메타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었다. 조나단 림 MX 글로벌 모바일 B2B팀 상무는 마이크로소프트(MS) 세일즈 디렉터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 12월 이강호 파운드리 기술개발실 상무를 스카우트했다. 글로벌파운드리, AMD, 램리서치 출신의 이 상무는 미국 퍼듀대 박사며 파운드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성준 파운드리 플래닝실 상무와 이지석 제조&기술담당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 상무도 각각 AMD, 램리서치 출신이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인재 영입에 뛰어들었다. 최근 NHN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박근한 상무를 머신러닝랩장으로 영입했다. 박 상무는 카이스트(KAIST)에서 전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22년 4월부터 NHN 클라우드 AI사업본부장을 맡아 AI 기술을 총괄했다. 현대차는 삼성·LG전자 출신도 영입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종선 반도체개발실장(상무)을 영입했고, LG전자에선 김기영 상무를 차량제어플랫폼SW개발실장으로 데려왔다.
이차전지 업계는 경쟁사 임원 영입으로 맞불을 놓았다. 삼성SDI는 지난 1월 장민철 전 LG화학 부장을 소형전지사업부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장 상무는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인 LG화학에서 리튬황,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반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삼성SDI 출신인 신정순 에스티엠(STM) 대표를 셀선행개발총괄 부사장으로 앉혔다. 신 부사장은 삼성SDI에서 소형전지와 중대형전지 셀 개발 담당 임원을 지냈고, 2021년 말부터 STM 대표를 맡았다. STM은 삼성SDI가 100% 지분을 보유한 양극재 회사다.
공채 위주의 ‘성골’ 출신이 우선시됐던 과거에 비해 대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출신성분이 어떻든 실력으로 중용하는 시대가 강화될 전망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전반에 공채 문화가 없어지고 임원이든 직원이든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AI 등 특정 분야를 키우고 싶은 회사 입장에 전문성이 있는 인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