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주신 자연 그대로 유정란 생산” 윤리축산 자부심

입력 2024-03-27 03:06
유나네자연숲농장 대표 김태현씨(오른쪽)와 아버지 김성중씨가 지난 13일 경기도 연천 농장에서 닭과 계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농장에서 직접 기른 자가사료로 평당 8~9마리를 길러 ‘윤리축산’을 실천하고 있다.

그를 만난 건 한 장로 때문이었다. ‘윤리 축산’이란 철학으로 유정란을 파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파는 계란이 한 알에 1300원이라고 했다. 어떻게 생긴 계란이기에 이렇게 비싼지, 윤리 축산은 무슨 뜻인지 궁금해 지난 13일 경기도 연천 유나네자연숲농장을 찾았다.

이날 받은 아들 김태현(27)씨 명함에는 대표, 아버지 김성중(63)씨 명함에는 직함이 없었다. 11년 전쯤 사업을 접고 양계를 시작했다는 김성중씨는 “온종일 닭장에서 일하다 보니 얼굴이 시커멓다”며 자기는 외국인 노동자라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아들이 키워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나네 계란에 대한 김성중씨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전엔 비싸다 어쩌다 하면 안 팔았다. 또 말이 완전식품이지 계란을 먹지 말라는 의사와 1시간여 논쟁 끝에 “유나네 계란은 먹어도 되겠네”라는 답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의 자부심은 어디에 근거할까. 먼저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닭을 키운다. 방목할 수도 있겠지만 풀 없이 방목하면 오히려 환경을 해치기 때문에 양계장의 밀도를 낮춰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자랄 수 있게 한다. 농장은 2만7107여㎡(8200여평)다. 이 면적을 듣더니 한 축산관계자는 닭 10만 마리를 키울 거냐고 했더란다. 그만큼 넓다는 건데 유나네는 현재 4800마리를 기르고 있다. 양계장 바닥은 친환경적이다. 흙에 미생물을 뿌려 주고 볏짚과 왕겨를 덮어 1년 내내 고슬고슬한 상태를 유지한다. 여기에서 사용한 볏짚도 무농약이다.

사료도 남다르다. 수입 곡물은 절대 사용하지 않고 겨울에는 비닐하우스에서 갓 등을 100% 직접 길러서 먹인다. GMO 옥수수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실인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성중씨는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곳은 저렴한 GMO 옥수수와 GMO 콩을 사용한다”며 “일부는 선명한 노른자색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 착색제를 사료에 섞는다”고 말했다.

그의 양계장에는 3가지가 없다. GMO 옥수수, 항생제, 산란(성장) 촉진제다. 대신 토착미생물, 청초(청초액), 100% NON-GMO 자가사료를 먹인다. 보통의 양계장에선 병아리 때부터 항생제를 먹인다. 그러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조류 인플루엔자에 취약해진다. 또 산란율을 높이려고 밤새 조명을 켜서 잠을 안 재운다. 유정란을 인위적으로 얻기 위해 암탉에게 주사기로 수탉 정액을 주입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성중씨는 이같은 자부심으로 ‘동물복지 인증’과 ‘축산물 무항생제 인증’을 거부한다고 했다. 유나네 계란은 이들이 제시하는 기준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 예로 동물복지 인증은 평당 27마리 이하가 기준이다. 이 정도면 닭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유나네는 평당 8~9마리를 키운다. 무항생제 인증 기준은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은 사료를 먹이는 것이지만, 항생제를 의약품 용도로 사용했다고 하면 상관없다. 있으나 마나 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본인이 직접 별도의 인증제 ‘윤리 축산’을 만들었다.

윤리 축산의 효과가 있을까. “알레르기 환자도 먹을 수 있는 유정란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어요. 불포화지방산 덩어리에다 비린 맛이 전혀 없고 고소해서 환자 치유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역시 기존 계란의 3분의 1 수준이라 아이들 아토피 개선에도 도움을 줍니다.”

이런 효과 때문에 한 달에 320알(41만6000원)을 먹는 가정도 있다. “돈 있다고 먹는 게 아니에요. 먹거리에 대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 먹을 수 있어요. 반지하에 살면서 2년째 먹는 가정도 있어요. 자존심 상하지 않게 살짝 물었더니 ‘애들한테 치킨 한 마리 안 사주면 먹을 수 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김성중씨는 계란이 비싸다는 이들에게 몸에 좋지 않은 치킨 한 마리 안 먹으면 유나네 계란 한 달은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들 김태현씨는 뉴질랜드에서 손에 꼽히는 유니텍 대학에서 공부했다. 1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 때문에 왔다가 한국에 눌러앉았다. 처음에는 윤리 축산이 아닌 수익이 많은 일반 양계장을 하고자 했다. 아버지도 그게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아들은 ‘알면 알수록 내가 못 먹는 걸 키워서 내놓을 수는 없다’면서 아버지가 하는 윤리축산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유나네는 이미 월 정기회원 5000여명을 확보하고 있다. 각 회원이 원하는 주기에 맞춰 계란을 직접 포장해 발송한다. 최근 일산에서 연천군으로 2배 확장 이전했다. 섬기는 교회는 세계로금란교회(주성민 목사)다. 아들이 먼저 교회에 출석했고 아버지는 아들 성화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들을 소개한 나성민 장로는 “자연 그대로 닭을 키운다고 항상 강조하던 이들이 최근 그 자연을 하나님이 주셨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하나님을 인정하고 살려는 이 부자를 위해 중보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연천=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