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교회를 다니는 노미영(가명·25)씨는 성소수자다. 노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숨 걸고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분들을 보면 교회가 사회보다 동성애자를 더 배척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간혹 어떤 목사님들은 자기 교회에는 성소수자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확신에 차서 말씀하는데 분명히 교회 안에도 성소수자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교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당연히 이성애자일 것이라는 전제는 기독교적 환대와 거리가 멀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입소스가 지난해 6월 전 세계 30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글로벌 평균 성소수자 비율은 약 8%였다. 한국은 이보다 낮은 6%로 나타났다. 민김종훈(50) 성공회 길찾는교회 사제는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교인 100명 가운데 6명이 성소수자일 수 있다는 뜻”이라며 “자신의 존재를 오픈하지 않더라도 교회 안에 이미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신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김 사제는 “교회에 오자마자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는 성소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눈으로 볼 때 성별이 여성 같으면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는 식의 호구조사는 성소수자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교회 안에 보편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성애 중심적 사고방식과 언어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복음은 성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커밍아웃’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말에서 유래한 커밍아웃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가족 지인 사회에 드러내는 행위를 말한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이 2022년 펴낸 성소수자 교인 목회 및 선교 안내서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참고할 만 하다. 안내서는 교인이 성소수자라고 당신에게 커밍아웃할 때 첫 반응(표정 말투 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표 참조). 커밍아웃한 교인이 아웃팅(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알려지는 것)당하는 일이 없도록 비밀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와 별개로 동성애자를 향한 교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동성애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요나(76) 갈보리채플서울교회 목사는 한국교회가 반동성애 일변도에서 벗어나 탈동성애 사역에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성애는 죄악이므로 동성애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12년 동안이나 여전히 동성애자인 채로 예배를 드리며 애통해했다”며 “이제라도 교회는 동성애자를 정죄하는 일을 멈추고 예수를 믿으면서도 죄지을 수밖에 없는 길 잃은 양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네가 예수를 믿었으니 이제 동성애는 너의 책임이다. 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