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기대감을 탄 금융주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잇달아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높은 주주환원율에 더해 결산·분기 배당을 모두 받는 ‘더블 배당’ 가능성도 커지면서다. 특히 기관투자가 매수세에 금융주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0.48% 오른 8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 장중 최고가(8만8300원)를 경신한 뒤 소폭 하락했다가 다시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환원에 사용해 ‘밸류업 우등생’으로 꼽힌다. 올해만 두 차례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는데 그 규모는 각각 4000억원, 2400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예상보다 파격적인 주주환원이라고 평가했다. 대신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이 올해 51.6%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12만원까지 올려잡았다.
KB금융·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신한지주 등도 모두 최근 열흘 새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주총을 앞둔 데다 정부의 세제 지원 방침이 맞물리며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 22일 주총을 마친 KB금융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총 38.6%의 주주환원율을 보였다. 같은 날 주총을 연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도 각각 33.7%, 33% 수준으로 올랐다. 오는 26일 주총을 앞둔 신한지주의 주주환원율도 36% 수준으로 전망된다. 더블배당 기대감도 최근 한 달간 금융주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4대 금융지주 등은 1분기 분기 배당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배당기준일이 오는 29일이다. 앞서 결산배당 명부가 확정된 2월 말부터 한 달을 보유했다면 두 번의 배당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기대에 시장 큰손인 기관투자가들이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기관투자가가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사들인 주식은 신한지주(2300억원)였다. 하나금융지주(1206억원)와 NH투자증권(620억원), 메리츠금융지주(487억원)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금융주는 거래소가 개발할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주는 배당락을 앞두고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금융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시중은행들은 1분기 실적에 반영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배상안 확정을 위한 임시 이사회도 열 예정이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