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 “경기 추가 악화땐 건설사 PF 손실 최대 8.7兆”

입력 2024-03-26 04:03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지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건설업계가 부담해야 할 손실 규모가 5조8000억~8조7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25일 신용 ‘A’~‘BBB’급 건설사 17곳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부동산 경기가 현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케이스1’과 급격히 나빠지는 ‘케이스2’ 상황을 가정한 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보증과 투자금 회수(엑시트) 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한 책임 준공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추정했다.

부동산 PF 보증을 선 건설사는 ‘사업 시행사가 상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브리지론(시행사가 토지 인허가 등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단기 대출)에서 본 PF로 전환할 때 차질을 빚으면 대신 갚겠다’는 서약서를 쓴 셈이라 부동산 경기 하강기에 손실을 본다. 특정 사업장이 엑시트 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해도 공사 대금 회수는 어려워진다.

케이스1에서는 대부분의 잠재 손실이 신용 ‘A’ 등급 건설사에 집중됐다. 전체 부동산 PF 보증 규모 15조9000억원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4조3000억~6조5000억원, 엑시트 분양률 미달성에 따른 손실은 1조5000억~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케이스2의 경우 건설업계 합산 부채 비율이 188%에서 281%로 100% 포인트 가까이 껑충 뛴다. 부채 비율이 300%를 초과하는 건설사는 현재 2곳에서 7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 시장이 어떤 케이스로 흘러갈지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신평이 지난해 말 기준 건설업계(태영건설 제외)의 합산 PF 보증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이미 착공했지만 분양률이 낮은 사업장, 미착공 비주택 사업장, 지방 주택 사업장 등 부동산 경기 하강기 리스크가 큰 곳의 위험 노출액이 12조원에 달했다.

주요 점검 대상 건설사는 롯데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신세계건설이 꼽혔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상반기 회사채 정기 평가 때 부동산 PF 보증이나 미분양 관련 리스크가 큰 건설사의 유동성 관리 수준과 부실 인식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부동산 PF가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최근 부동산 PF 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시장 불안요인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금융 시장 안정이 유지되도록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