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과 ‘헤어질 결심’?… 공동경영 서린상사 지배력 ↑

입력 2024-03-26 04:04

그동안 영풍과의 지분 경쟁에서 수비적으로 대응해왔던 고려아연이 공격 태세로 전환했다. 사이좋게 경영하던 서린상사에 대한 고려아연의 지배력을 키우고, 서린상사 내에서 영풍과 완전히 갈라서려 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내에서 영풍과의 협력을 일절 중단하기로 했다. 서린상사는 그간 ‘우호관계의 상징’이었다. 고려아연 측이 지분 66.7%를 보유한 최대 주주지만, 지분율 33.3%를 가진 영풍 측이 경영권을 갖는 구조였다. 장씨 일가 창업 3세 장세환이 서린상사를 경영하고 있다. 영풍은 서린상사를 통해 고려아연과 영풍이 만든 비철금속 제품을 유통해왔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두 회사간 합의로 지난해 9월부터 서린상사의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서린상사를 고려아연 담당 회사와 영풍 담당 회사로 쪼개기로 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를 통한 영풍과의 원료 공동구매, 인력·정보 교류 프로그램을 모두 끝낼 계획이다. 제품 공동 판매도 점진적으로 줄여갈 예정이다.

서린상사 ‘나눠 갖기’는 영풍에 치명타다. 영풍은 고려아연과 원료를 공동으로 구매·판매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인지도, 규모의 경제 등에 힘입어 높은 협상력을 누려왔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은 현재 4(고려아연)대 3(영풍)인 이사회 구성을 변경해 고려아연 쪽 이사를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풍 측은 “인적분할이라는 기존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도중에 영풍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고려아연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린상사 밖에서도 파열음이 난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으로 파견 온 영풍 직원들을 최근 돌려보냈다.

고려아연의 ‘헤어질 결심’에는 지난 주총을 둘러싼 갈등 과정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상정한 결산 배당 축소안과 정관 변경안에 거세게 반대하며 양사 간 최초의 주총 표 대결을 일으켰다. 고려아연과 현대차 해외 합작법인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에 대해선 무효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려아연과 영풍간 완전 계열 분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분리된 그룹 간 상호 지분율은 3% 미만이어야 한다. 고려아연은 장 고문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약 30%를 자신들이 보유한 영풍 지분과 맞바꾸며 웃돈까지 얹어줘야 한다. 고려아연 주식이 영풍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