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계가 인공지능(AI) 열풍이 이끄는 수요 회복기를 겨냥한 ‘수식어 경쟁’에 들어갔다. ‘AI 가전=OO’이라는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프리미엄 제품 구매에 나설 수 있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2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 양강은 AI 기술 개발을 수요 침체기의 돌파구로 보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한 데다 혼인율까지 떨어지면서 가전 시장 침체기는 길어진 상황이다. 과거처럼 전통적인 백색가전의 강점인 내구성, 기능을 내세우고 막연하게 서비스 품질만 강조해서는 새 수요를 창출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가전기업들은 신형 제품에 AI를 탑재하고 혁신성을 더한 제품으로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AI 시대와 맞물려 확대될 수 있는 수요를 겨냥해 브랜드 인식을 재정립하려는 기업들 움직임이 기민하다.
삼성전자는 ‘AI가전=삼성’이라는 브랜드 인식을 만들기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가전은 LG’라는 경쟁사 마케팅 문구를 깨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세탁건조기를 홍보하면서 이 수식어를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다. AI 시대 가전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LG전자보다 앞서간다는 점을 띄우려는 의도에서다.
삼성전자는 AI를 기업 정체성으로 굳힌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초의 ‘온디바이스 AI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하며 ‘AI폰’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다른 가전제품에도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비스포크 제트 AI, 비스포크 제트 봇 AI 등 AI 기능이 강화된 제품들을 선보이며 ‘AI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존 브랜드 인식을 더 확실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신제품 세탁건조기 마케팅에서 ‘가전은 역시 LG’라는 수식어를 반복하고 있다. ‘가전은 LG’라는 기존 브랜드 네이밍에다 ‘역시’라는 말을 더해 기존 명성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가전 시장에서의 명성은 기술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앞세웠다. LG전자는 “‘가전은 역시 LG’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내 세탁건조기 중 유일하게 과거 방식인 히터를 전혀 쓰지 않고 100% 히트펌프 기술만으로 옷감 손상은 줄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조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네이밍 경쟁은 TV 등 다른 제품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TV’를 나란히 출시하며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