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기독교 교세 시드는데… 불가리아 대학가 나이트클럽, 교회로 거듭난다

입력 2024-03-26 03:01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의 학생타운에 증축 중인 ‘오픈발칸 선교센터’ 전경. 나이트클럽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오는 6월 입당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김아엘 선교사 제공

‘쾌락의 상징’ 나이트클럽이 대학 캠퍼스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개신교인 비율 2%에 불과한 ‘복음의 불모지’ 불가리아 수도 한복판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영국을 비롯해 적지 않은 유럽 교회들이 신자 수 급감으로 도미노 폐쇄와 더불어 나이트클럽과 술집, 이슬람사원(모스크), 호텔 등으로 뒤바뀌는 작금의 현실과 정반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에서 파송받은 김아엘(54) 원종숙(48) 선교사 부부는 윌리엄 전킨 선교사가 1894년 전북 군산에 설립한 개복교회 후원으로 불가리아 선교를 시작했다. 2001년 12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오픈발칸 선교센터’ 오픈 예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교회 5곳을 개척했다. 말씀과 구제 사역에 힘쓴 결과 이들 교회는 현지인이 교회 재산권·운영권을 갖고 어엿한 ‘자립 교회’로 성장했다.

김아엘(왼쪽) 선교사가 지난해 말 소피아 오벨랴교회에서 설교하는 모습. 김아엘 선교사 제공

그러던 중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 성도 수가 늘면서 예배 공간이 협소해진 것이다. 더 넓은 처소를 찾아나선 김 선교사 부부는 지난해 말 소피아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닫은 나이트클럽 ‘마스크’를 발견했다. 유명 가수들이 콘서트를 여는 록 음악 클럽으로 알려진 명소였다. 620㎡(약 187평) 규모의 공간으로 1층에는 나이트클럽과 식당, 2층은 개인 주거공간과 사무실이 있었다.

최근 방한한 김 선교사는 2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물로 나온 이 장소를 봤을 때 마치 우리에게 새로운 유업으로 사역을 감당케 하시는 하나님의 뜻으로 여기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요단강에 발을 내딛는 여호수아에게 ‘강하고 담대하라’고 명령하신 말씀이 생각났다”며 “또 미디안과의 전쟁을 위해 항아리와 횃불을 들고 나팔을 불던 기드온처럼 하나님만 의지하는 심정이었다”고 감격스러운 순간을 전했다.

김 선교사는 선교센터를 통해 복음의 불모지에서 청년세대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선교센터가 위치한 지역은 소피아의 학생타운으로 대학생 등 3만여명의 젊은이들이 거주하며 ‘핫플레이스’ 상권을 이루고 있다.

현지에서도 뜨거운 한류열풍은 ‘K미션’에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선교사에 따르면 소피아대는 1995년부터 한국어학과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그는 “불가리아인은 한국의 사물놀이와 한국어를 배우는 데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선교센터는 증축 공사 중이며 오는 6월 초 입당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K문화 센터’로 한국어 태권도 등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강좌도 열 예정이다. 김 선교사는 “주일에는 예배드리고 주중에는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중요한 선교 요충지가 될 것”이라며 “불가리아 다음세대가 나이트클럽의 유흥 문화 대신 복음으로 세워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