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현대중공업지주에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연간 수백억원의 상표권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 과실이 오너 일가에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HD현대 산하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25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에 ‘HD’를 넣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HD현대의 주요 계열사 사명 앞에 모두 HD가 붙여졌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이다.
HD현대는 2022년 지주회사명을 바꾸면서 기존 삼각형 모양의 기업이미지(CI)도 ‘포워드 마크’라는 이름의 화살표 로고로 변경했다.
이후 HD현대는 사명과 CI 교체로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상표권 수익을 올리고 있다. HD현대는 로고를 비롯해 ‘HD현대’, ‘HD’ 상표권을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다. 2022년 주요 계열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HD현대인프라코어 등 5개사는 지난해에 약 255억원의 상표권을 HD현대에 지급했다. HD현대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받는 상표권 수익만 813억1400만원에 달한다.
상표권 수익은 자회사 배당수익, 부동산 임대료와 함께 지주사의 대표적 수익원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시절엔 지주 등 5개사가 상표권을 공동 소유해 수익을 나누는 구조였다. 상표권 수익 확대는 배당 재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지분율 26.6%)과 그의 장남 정기선 HD현대 부회장(5.26%)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된다. 지난해 정 이사장이 받은 세전 배당액만 777억원에 이르고, 정 부회장도 153억원을 받았다.
HD현대는 “사명 변경에 따른 통합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광고비 지출이 늘어 상표권 수익은 몇 년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