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총선 결과를 보면 몇 가지 공식이 눈에 띈다. 공통점은 인물, 미래지향적 가치, 그리고 선거에 임하는 자세다. 1995년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참패했다. 이듬해 15대 총선 전망 역시 어두웠다. 당은 비상이 걸렸다. 총선 두 달 전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여당은 참신한 인재 영입에 올인했다. 대통령 YS(김영삼)와 껄끄러웠던 이회창을 비롯해 박찬종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등 새로운 얼굴을 대거 영입했다. 쉽지 않다는 전망에도 여당은 139석을 얻어 선전했다. 집권 말기를 끌어갈 동력을 확보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를 과감히 이식하는 등 새로운 정책과 어젠다를 제시했다. 결과는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 반면 20대 총선은 오만함은 필패로 귀결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새누리당은 낙관론에 빠져 사분오열됐고 ‘진박 감별사’ ‘옥새 파동’ 등 온갖 기행을 계속했다. 대조적으로 위기였던 더불어민주당은 해결사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통해 계파 갈등을 극복했고 결국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21대 총선 역시 다르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자중지란을 이어갔다. 결과는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였다.
몇 해 전 한 정당의 싱크탱크가 소개한 총선 승리의 3대 법칙은 간단명료하다. 보편적 상식이 정치 영역에 그대로 반영됐다. 우선, 총선의 승패는 유권자들에게 혁신과 구태 어느 쪽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공천은 혁신의 출발이고, 다양하고 참신한 인재 영입은 필수적이다. 둘째, 승패는 미래와 과거에 따라 갈린다. 승리하는 정당은 시대정신과 미래지향적 가치를 제시하지만 패배하는 정당은 과거에 매몰돼 네거티브로만 일관한다. 셋째, 절박함과 오만함도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승리하는 당은 절박한 태도로 당을 원팀으로 만들어 민심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패배하는 정당은 오만 속에 분열, 막말, 말실수 등으로 유권자들 반감을 산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이를 알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건 고질적 문제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여야는 기존 흑역사를 답습했다. 자신들에게는 시스템 공천, 공천 혁명이라는 자화자찬을 이어갔지만 상대를 겨냥해선 패륜 공천 등 온갖 조어를 동원해 비난했다.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놓고 자신의 당대표를 공개 저격하는 것도 더 이상 놀라운 광경이 아니다.
공천은 시대정신과 정책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절차이자 절호의 기회다. 정책을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를 발탁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22대 총선의 공천은 여야 할 것 없이 총선 승리 공식과는 한참 동떨어졌다. 참신하고 미래지향적 가치와 비전을 제시할 인물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 진영 싸움의 대리인만 보일 뿐이다.
22대 총선 지역구 후보자 35%가, 비례대표 후보는 4명 중 1명꼴로 전과가 있다. 죄질 역시 좋지 않다. 횡령, 사기 등도 다수 포함됐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당선권 10명 중 3명은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여야 모두 한번 결정한 공천을 취소한 사례가 속출했다. 그만큼 후보 검증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공식 선거운동이 곧 시작된다. 유권자는 어느 때보다 후보자 자질과 비전을 비교 검증한 뒤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선택하기 바란다. 선동에 능하다고, 감언이설에 능숙하다고 해서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총선 승리 공식이다. 정치꾼이 부추긴다고 국민까지 진영 논리에 매몰되면 정치는 절대 진화할 수 없다. 총선 승리 역시 여야, 유권자 누구의 몫도 될 수 없다. 남는 건 오로지 민주주의 퇴행과 패배자만 있을 뿐이다.
남혁상 편집국 부국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