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수도권으로 경제 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기업 등 첨단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들 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과 경기권에 경제 생산성이 쏠린 결과다. 민간 소비 측면에서도 고령화가 가속하고 소비 인프라가 적은 도 지역의 소비 성향이 더 크게 하락해 지역 간 격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5일 발간한 ‘생산·소득·소비 측면에서 본 지역경제 현황’ 보고서에서 지역별 생산과 소득, 소비 등 경제적 성과를 2001~2014년과 2015~2022년으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2015년은 전국 생산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시점이다. 분석 결과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내생산(GRDP) 성장률은 2015년 이후 소폭 하락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대부분 3% 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그 결과 전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수도권의 기여도는 2001~2014년 51.6% 수준에서 2015~2022년 70.1%로 크게 뛰어올랐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지역연구지원팀 이예림 과장은 “두 지역(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성장률 격차는 주력 제조업의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은 생산성이 높은 반도체 등 첨단 전자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비수도권의 주력 제조업(자동차, 조선, 화학 등)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 생산성 하락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같은 기간 지역별 1인당 개인소득 격차는 축소됐다. 광역시 이상 대도시의 개인 소득 증가율이 2015년 이후 크게 둔화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았던 도 지역의 둔화 정도가 덜했기 때문이다. 도 지역의 생산 둔화는 주로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 소득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이전 지출에 따른 재분배 수혜도 도 지역에서 더 컸다.
소득 격차는 줄었지만 민간 소비 측면에서는 격차가 확대됐다. 청년 인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소비 인프라도 부족하다 보니 도 지역의 평균소비성향이 대도시보다 더 크게 하락해서다. 한은은 “소득 재분배 정책 등으로 지역 간 소득 격차는 줄었지만 도 지역의 소비 부진은 심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저출산 등 한국의 구조적 문제들이 수도권 집중화와 관련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지역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