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상장 폐지한 기업 중 84%가 불공정거래 의심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폐지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 유상증자나 회계 분식을 한 뒤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심이다. 금융 당국은 불공정거래로 연명하는 부실기업을 적발해 주식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3년간 상장 폐지된 44개 상장 기업 중 37개 기업에서 불공정거래가 발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중 15개 기업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등 조치를 마쳤다. 이들 기업의 부당이득 규모는 1694억원으로, 부정거래 7건, 시세조종 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이 7건 등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상장폐지 요건을 눈속임으로 피한 뒤 주식을 매도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 꼽힌다. A사는 자산을 과다 계상해 상장폐지 요건을 피한 뒤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했다. 이 회사는 분식재무제표를 이용해 수년간 1000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해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투자자들은 상장폐지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금감원은 상장폐지 회피 목적의 불공정거래에 조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이 지연되면 국내 증시의 신뢰도가 하락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의 요인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관련 혐의가 발견될 경우 즉시 조사에 착수하고, 유사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재무·공시 자료 등을 분석하기로 했다.
진입 측면의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하기로 했다. 상장에 부적절한 기업이 신규 상장을 위해 분식회계, 이면계약 등 부정한 수단을 쓴 혐의가 확인될 경우 조사 또는 감리를 실시할 계획이다. 상장 당시 추정한 매출액 등 실적 전망치가 실제 수치와 크게 차이 나는 경우 전망치 산정의 적정성 등에 대해서도 따져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공정거래로 연명하며 시장을 좀먹는 ‘좀비기업’의 숨겨진 부실과 불법 행위를 명백히 밝혀 적시에 퇴출하겠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