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오심은 경기 결과를 가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야구에선 주심의 잘못된 스트라이크 판정 하나가 승패를 뒤집을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키와 자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포수의 포구 능력에도 좌우돼 판정 시비가 종종 일어난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볼판정 정확성은 91.3%이니 잘못된 판정도 꽤 있었다. 심판이 오심으로 징계를 받아도 솜방망이 처벌이라 선수와 팬들의 원성이 적지 않았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런 시비는 사라질 것 같다. 지난 23일 개막한 올해 프로야구 시즌부터는 볼 판정을 인간이 아닌 로봇 심판이 한다. 프로야구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된 미국과 일본도 시작 못한 걸 한국이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방식은 이렇다. 야구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과 속도 등을 측정한다. 이후 컴퓨터가 판정을 해 인간 심판에 전달한다. 스트라이크이면 심판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에서 삐 소리가 나는데 심판은 이를 듣고 ‘대리 스트라이크 선언’을 한다. 로봇 심판의 정식 명칭은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ABS가 판단하는 스트라이크존의 상하 기준은 각 선수 키의 56.35%, 27.64%로 설정된다.
로봇 심판의 장점은 일관성과 공정성이다. 인간이 기계에 개입하지 않는 한 일관성은 유지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ABS의 정확성을 95~96%로 예측했다. 투수와 타자,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로봇 심판은 정확한 스트라이크존을 잡아낸다는 점에서 야구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에 충실한 시스템이다. 우려되는 건 기계 작동의 오류다. 시즌 중 악천후와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문제가 생길 여지도 있다.
사람이 하는 경기에 기계를 도입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있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일관성과 공정성은 어디서든 꼭 필요한 원칙이고, 이는 야구장에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