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임대주택이 기피시설인가

입력 2024-03-26 04:02 수정 2024-03-26 10:28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강남의 주상복합건물 주민들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등에 대한 취소 소송을 최근 각하했다. 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오자 일조권 침해 등을 들어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서울시는 2021년 4월 서초구의 한 지하철 역사 인근에 835세대가 입주하는 지상 36층짜리 역세권청년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승인·고시했다. 해당 부지와 왕복 2차로 도로를 두고 접해 있는 주상복합건물을 소유한 주민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일조권, 조망권 등이 침해된다”며 고시를 취소해 달라고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각하되자 소송을 냈다.

서울시는 재판에서 “원고는 사업 구역 밖에 거주해 제3자에 불과하며 처분 근거인 민간임대주택법 등은 인근 주민의 일조권 등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또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일조권 침해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이 이 사안을 다시 심리하게 됐다.

청년임대주택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전에도 주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있었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여러 이유를 내세우지만 핵심은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다. 한 아파트 단지 안내문에는 “청년임대주택이라는 미명 하에 1인 거주 5평짜리 빈민 아파트가 신축되면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파트 값으로 많은 것을 평가하는 세상이 된 지 오래지만 청년임대주택을 기피시설처럼 트집잡는 세태는 우려스럽다.

청년임대주택 사업은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한 것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포기하는 주된 이유가 주거 부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출생 대응 대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체행동과 소송이 이어지면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고, 사업 지연으로 입주가 늦어지면 정책 효과도 감소된다.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하려면 주민들의 이해를 선제적으로 구하는 동시에 근거 없이 사업 지연을 노리는 단체행동 등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