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선심성 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새삼스럽진 않지만 그 규모와 빈도가 어느덧 한국경제가 감당할 수준을 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전에는 정책당국 등에서 포퓰리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내놨는데 지금은 여야·대통령실이 질세라 ‘묻고 더블로’식 공약 경쟁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선거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는 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1인당 25만원의 민생 회복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재원(약 13조원)은 국채를 발행하면 된다고 한다. 4년 전 문재인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현금 살포를 또 하자는 것이다. 잇단 비판에 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은 “정책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야당이라고 그런 제안을 할 수도 없느냐”고 부연했다. 뭔 문제냐는 투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여당도 별 차이 없어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5일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모든 자녀의 대학등록금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국민의힘은 금전 지원 위주의 민주당과 달리 육아휴직 활성화로 저출생 정책 방향을 잡았다. 당시 한 위원장은 민주당 정책에 “재원 확보에서 여러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 평가했는데 선거가 다가오자 민주당스러운 정책을 본떴다.
여야의 행보에 가장 걱정해야 할 당사자는 재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실과 정부다. 그런데 되레 한술 더 뜬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23차례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는데 매번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약속을 하고 있다. 25일엔 반도체 고속도로를 짓겠다 했고 대구 통합신공항 개항, 국가장학금 수혜자 50만명 확대 등의 정책들을 발표했다. 재원이 얼마 들지 정부도 답을 못한다. 이 대표는 “1인당 25만원 지원은 민생토론회 공약에 드는 900조∼1000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 했다. 정당 퍼주기 공약에 정부 정책이 면죄부를 준 격이다.
세수는 지난해 사상 최대 결손(56조원)에 이어 올해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세수 부족이 이어지면 정작 민생을 위해 돈을 못 쓰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2022년 한국의 조세탄성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연히 늘어나야 할 세입이 턱없이 적다는 의미다. 현 정부의 감세 정책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 선거용 퍼주기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호를 이끌 정당, 정부, 대통령실이 경제 미래를 갉아먹는다는 소리를 들을 판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