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중 경제전쟁 속 한국 생존법

입력 2024-03-26 04:06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예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초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이 직면할 최대 위험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격화와 이로 인한 세계 공급망 재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의 관세 부과를 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선거 승리를 위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며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의 장벽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의 대중국 보호무역 장벽은 높아지고 중국도 보복관세 부과 등으로 응수한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은 더욱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작년 말 기준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의 1, 2위 수출국으로 대중·대미 수출액은 우리 전체 수출액에서 각각 19.7%, 18.3%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격화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 공급망 재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우리 수출기업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노동력과 자원이 풍부하며 내수시장 규모가 큰 국가들에 생산거점을 건설하고 판매시장을 개척하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 부진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등으로 지난 3년간 한국의 대중 수출은 지속해서 감소했지만 대미 수출은 크게 증가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도 빠르게 증가해 2023년 말 기준 사상 최대치인 444억 달러를 달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아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 대신 멕시코 등에 건설한 생산기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면 최종 생산국의 수출로 계산된다. 따라서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을 낮춰 미국이 문제 삼을 구실을 없앨 수 있다. 이에 더해 중국에 있는 생산기지에서 생산한 한국 기업 제품에 적용되는 보호무역 장벽도 우회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관세를 높여 대미 혹은 대중 수출이 어려워질 때는 동남아시아와 멕시코 등 해외 생산 거점국과 그 인접국으로 수출을 늘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우리 기업이 동남아와 멕시코 등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판매시장을 개척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미·중 갈등으로 중국을 이탈하는 세계 첨단기업들의 생산기지를 한국에 유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이 우방국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추진함에 따라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부터 인도나 동남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인도나 동남아보다 고학력 노동자,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술 수준, 우수한 사회기반시설 등을 보유한 강점이 있다. 이를 활용해 세계 첨단기업들의 생산기지를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과 세금 감면 등의 혜택 제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중국과의 소통 및 교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으므로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전체 수입액에서 22.2%를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따라서 미래에 미·중 관계가 회복되면 한국과 중국 간 무역은 다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를 활용해 중국과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중국의 미래 소비를 주도할 젊은 세대들이 한국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