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醫政 중재할 것” 尹 “면허 유연 처리”

입력 2024-03-25 04:05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한 결과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중재하는 모양새를 통해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파국을 막으려 애썼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에 대해 원칙대로 26일부터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갈 방침이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일괄적인 면허정지 처분을 연기하고 전공의 등 의사들과의 대화 자리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비공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비공개로 50분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피해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해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인 중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의료계도 ‘정부와의 건설적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저에게 전했다”면서 “저는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해 ‘유연한 처리’와 ‘건설적 대화’를 당부하면서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인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의 지시 직전까지 정부와 의사단체들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된 대치를 이어갔다.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교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상태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타협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료대란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면서 “당 지도부가 중재안을 만들어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사단체들과 대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2000명’의 의대 정원 규모를 수정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KBS에 출연해 “실제로 2000명을 증원하는 부분은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수요였다”면서 “2035년에 (의사가) 1만명 정도 부족한 상황인데 그것을 메꾸기 위해서는 연간 2000명 정도의 (의사) 배출은 필요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전공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유연한 대처’를 수용하더라도 의사 집단행동 해결의 열쇠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던 의대 교수들은 25일 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경원 김유나 김이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