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필수의료 교수들 “이제 진짜 한계 직면했다”

입력 2024-03-25 04:04
전국 의대 교수의 집단사직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5일부터 19개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교수들이 25일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가운데 필수의료과 소속 일부 교수들은 여전히 밤낮을 지새우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들은 의정 갈등이 한 달을 넘기면서 업무 과중으로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도달했다며 빠른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 A씨는 24일 인터뷰에서 의료진이 현장에서 느끼는 의료 공백 여파가 생각보다 더 크다고 전했다. A씨는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가 느끼는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의료”라며 환자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남은 의료진이 2~3배로 뛰고 있다고 했다.

필수의료과 교수들은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고 한다. A씨는 “외래에 새 환자가 왔다거나 타과에서 수술 환자가 있다는 연락이 오면 겁이 난다”며 “지난 20일에는 타 병원에서 3통의 전화가 왔지만, 적극적으로 환자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다수의 마취과 교수들이 탈진한 상황이라 수술이 미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B씨도 “막힌 혈관을 빠른 시간 내 뚫는 심근경색 치료 의사로서 항상 긴장감과 피로감을 느끼고 살아왔지만, 최근 업무 과중이 더욱 심해졌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조윤정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도 “지난 5주간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때문에 (교수들이) 심리적 압박을 받고 우울하고 불안해한다”며 “특히 바이털과(필수의료)에 근무하는 교수들은 거의 주 2~3회 당직하고 있어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A씨는 정부가 사직 의사를 밝힌 교수들을 ‘탈영병’ 취급하는 시각이 두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뇌혈관 의사들은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의관 혹은 특공대 같은 직종인데 정부는 교수가 전쟁터를 떠나면 군법회의에 회부하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며 “오히려 최전방이 힘드니까 수가를 올려주고 더 쉴 수 있게 해준다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수가 현실화를 먼저 해서 의사 수를 늘릴 때 반발이 없었다. 현재 동맥류 수술 수가는 일본이 한국보다 5~6배 높다”고 설명했다.

B씨도 의대 정원 증원엔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히면서도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준비 없는 일회성 선심 정책을 날려선 안 되고, 의사도 양보할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수록 피해는 국민, 환자들이 본다”고 덧붙였다.

나경연 차민주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