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심장부 뚫렸다… 최악 테러 최소 137명 사망

입력 2024-03-25 04:09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 1층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복면을 한 괴한들이 출입문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CCTV에 포착된 장면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도 보인다. 이번 총격 테러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대형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무장 괴한들의 무차별 총격 및 방화로 최소 137명이 사망했다. 총격범 4명을 포함한 용의자들은 모두 검거됐다. 아프가니스탄 기반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공격 배후를 자처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테러와 우크라이나의 연관성을 언급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의 사건 조사위원회는 24일 “테러 발생 후 하루 동안 파악된 사망자가 최소 137명”이라고 밝혔다. 중상자가 많고 일부 건물 잔해에 매몰된 이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편집장은 “14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테러는 러시아 록밴드 ‘피크닉’의 공연을 앞두고 발생했다. 테러범들은 공연장에서 자동소총을 난사한 뒤 인화성 액체를 뿌려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ISIS-K는 텔레그램에 성명을 내고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대형 모임을 공격했다”며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테러 관련자 11명을 모두 검거했다”며 “핵심 용의자인 총격범 4명이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300㎞ 떨어진 브랸스크에서 붙잡혔다”고 밝혔다. FSB는 “용의자들이 차를 타고 도주해 우크라이나로의 월경을 시도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테러는 2004년 체첸 분리주의 반군의 습격으로 어린이 186명을 포함해 330명 넘게 희생된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극 이후 20년 만에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다.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두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또 “용의자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다. 국경을 넘을 창구가 우크라이나에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배후의 모든 사람을 찾아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사전에 미국으로부터 받은 테러 정보를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측의 우크라이나 배후설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과 쓰레기들이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