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가 신사업 후보로 바나듐 전해액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 한화 등 다른 국내 기업도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인 바나듐흐름전지(VFB), 바나듐이온전지(VIB) 등의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바나듐 기반 배터리가 주목받는 건 대량의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8시간 이상 방전할 수 있는 장주기 ESS용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구조상 장주기 ESS용으로는 바나듐 기반 전지가 리튬이온배터리(LIB)보다 더 적합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내 전략투자 부서는 지난해 말 포스코경영연구원(포스리)에 바나듐 전해액 사업 관련 연구·조사를 요청했다. 현재 보고서 초안까지 나왔으나 추가 보완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래 먹거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담긴 최종 보고서가 나온 뒤 최고경영자 검토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포스코 측은 “바나듐 전해액은 포스리에서 검토 중인 여러 신사업 아이템 후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바나듐 전해액은 바나듐 기반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포스코는 2022년 말 VFB 업체 에이치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산업계에서 활용하는 바나듐의 약 70%가 철강 슬래그에서 나온다. 철강 슬래그는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철강 사업자인 포스코가 직접 바나듐 전해액을 만든다면 다른 기업과 비교해 더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중국 자회사 포스코차이나의 존재도 신사업 후보 낙점에 영향을 줬다. 중국의 바나듐 배터리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중국 VFB 설치 규모가 2030년 최대 23GW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전기차 충전소 등의 증가로 대량의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긴 시간 방전할 수 있는 장주기 ESS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강한 LIB는 4시간 이하 단주기 ESS에 특화돼 있다. 반면 VFB는 전해액이 들어가는 탱크 용량만 늘리면 쉽게 에너지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는 구조다. 원하는 방전시간에 맞게 대용량 ESS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바나듐 배터리는 물 성분의 전해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LIB보다 화재 안전성이 높고, 충·방전 가능 횟수도 많아 수명이 10배 이상 길다.
한화솔루션 역시 포스코가 3대 주주로 있는 에이치투의 2대 주주로 있다. 에이치투가 참여하는 ESS 프로젝트에 설계 조달 시공(EPC) 업체로 함께 참여한다. 롯데케미칼은 VIB 제조기업 스탠다드에너지에 65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했고, 바나듐 전해액 생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평정한 이후 차세대 ESS용 배터리 시장도 선점 중”이라며 “한국도 주요국 정부처럼 발주 물량 일부를 비리튬 계열에 할당함으로써 관련 투자를 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