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심판론 확산시켜라”… 민주, 이종섭 때리기에 당력 집중

입력 2024-03-25 04:06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5일부터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관련 일정을 소화하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에 ‘집중포화’를 가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가 공관장 회의를 통해 모습이 노출될 수 있다는 틈을 노려 ‘정부 심판론’ 열기를 고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특히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이종섭 때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공관장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은 변수다. 이 대사 모습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사 문제는 ‘여권 필패 이슈’”라며 “이 대사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몸통’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공관장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더라도 공세 수위를 계속 높일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비공개로 진행될 경우 ‘이 대사를 숨긴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민주당의 최대 타깃은 역시 이 대사다. 다른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정부 심판론’을 부각시키는 데 있어 이 대사 문제만큼 좋은 이슈가 없다”면서 “선거운동 기간 중에 활용 가능한 모든 스피커들을 동원해 ‘이종섭 때리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의 ‘진퇴양난’ 상황도 민주당에는 덤이다. 25일부터 시작되는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와 한·호주 ‘2+2 회의’(외교·국방장관 회의) 준비 등을 이유로 이 대사의 국내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호주를 오래 비워둔다’는 비판을 가할 수 있고, 이 대사가 호주로 돌아갈 경우에는 ‘도주 대사’ 프레임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국민의힘 총선 후보자들로 공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신범철, 임종득 후보가 누군지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책임자는 이 대사만이 아니다”며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충남 천안갑)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이 그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어떻게 (국민의힘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책임자들을 다 공천하는가”라며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임 전 2차장이 출마하는 지역구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지만 신 전 차관 지역구인 천안갑에는 친명(친이재명)계 문진석 의원을 공천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사 문제가 앞으로도 여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 대사 문제는 유권자들에게 이번 선거가 ‘정부 심판론’과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의대 정원 이슈가 오래 지속돼 정부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고, 정부가 주목을 끌 만한 민생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대사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정부 심판론’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도 “이 대사가 밀려서 귀국한 데다 와서도 크게 할 일이 없고, 호주로 돌아가기도 어정쩡하다”며 “그 사이 선거가 진행되면 이 대사를 촉매제로 윤석열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환 신용일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