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사용자를 아이폰에 옭아매는 폐쇄적 애플 생태계를 최근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규정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미 정부마저 ‘애플과의 전쟁’을 선언한 모습이다. 과도한 시장 장악 행위를 더는 허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는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한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불법 행위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 생태계가 아이폰 의존도를 높이고, 서비스 혁신을 저해했다는 게 미 법무부 판단이다.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과거에도 많았다. 이번 소송도 미 법무부가 2019년부터 약 5년간 애플을 비롯한 정보기술(IT) 빅테크들의 반독점법 행위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다. EU는 2020년 애플 앱스토어 정책이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반독점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같은 해 미국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의 인앱 결제에 대한 소송을 냈다.
다만 애플 생태계 전반을 겨눈 미국 정부의 스탠스는 자국 기업 우선주의와 배치된다. 앞서 2013년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분쟁 당시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특허 침해로 판단된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했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 해당 제품을 계속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업계에선 미 정부도 더 이상 애플의 반독점법 위반을 봐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2019~2020년 연평균 40%대였다. 이후 2021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했고, 애플은 2022년 3분기 이후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아이폰15 출시 영향으로 점유율이 62%에 달했다. 미 법무부는 소장에서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려 했지만, 애플이 만든 진입 장벽 때문에 실패했다”며 LG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을 예로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EU 등 세계 각국에서 빅테크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미 정부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빅테크들의 반독점 위반 제재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9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악용했다는 이유로 제소했다. 같은 해 1월 미 법무부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