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비례당 말할 수 있지만 李는 불가… 조국의 ‘지민비조’ 구호도 못 외친다

입력 2024-03-25 04:06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전남 순천시 웃장을 방문해 상점에서 핫도그를 구매해 시식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부산 기장군 선거구에 출마한 최택용 후보와 부산진구갑에 출마한 서은숙 후보와 함께 기장시장을 찾아 해산물을 맛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앞으로 4·10 총선까지 남은 10여일 동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미래 선거 유세에 나설 수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한 위원장은 총선에 불출마했고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 후보로 공식 등록한 것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에 대한 선거운동 가능 여부를 갈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지역구 후보자만 추천한 지역구정당과 비례대표 후보자만 추천한 비례정당 간 상호 선거운동에 대한 기준을 발표했다. 이 기준은 후보자 등록 마감(22일) 이후부터 적용된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는 공직선거법 제88조에 따라 다른 정당 및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예컨대 지역구 후보자가 비례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거나 비례정당 후보자가 지역구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지역구정당 후보자와 비례정당 후보자가 나란히 서서 “지역구는 A당, 비례는 B당을 지지해 달라”고 하는 것도 금지 대상이다.

그러나 총선 후보자 신분이 아닌 정당 대표나 당원 등은 다른 정당과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총선에 불출마한 한 위원장은 국민의미래 선거 유세를 해도 되고, 인천 계양을 후보인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 선거운동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한 만큼 그간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던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구호를 외칠 수 없다.

여야 모두 난색을 표하는 규정도 있다. 사전선거운동 기간 확성기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제한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가 마이크 없이 선거 유세를 다니다 목소리가 쉰 것도 이러한 규정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일 경기도 안양 관양시장 거리 유세에서 “선거법상 아직은 마이크를 쓰지 못한다”며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규정이지만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이크를 사용해 달라는 시민 요청에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마이크로 선거운동을 하면 다시 잡혀간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규정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여야 할 것 없이 위반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지난 23일 경기도 포천에서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최근 지역 유세에서 ‘현장 기자회견’을 빙자해 규정을 어기고 마이크를 사용하는 꼼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지난 21일 윤재옥 원내대표의 대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마이크를 활용해 발언한 행위도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녹색정의당과 조국혁신당은 한 위원장의 마이크 사용이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