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인공지능 도메인(.ai ) 횡재

입력 2024-03-25 04:10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절정일 때 눈에 띄는 인터넷 도메인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당시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도메인은 중소 정보통신 기업을 운영하는 미국 교포가 두루넷에 500만 달러(약 60억원)를 받고 판 korea.com(코리아닷컴)이다. cars.com은 무려 8억8000만 달러(약 1조500억원)에 팔려 지금까지 전 세계 최고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도메인 거래는 테슬라, 페이스북 등 유명 기업들을 겨냥해 대박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가장 핫한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메타(facebook.ai), 구글(google.ai)처럼 홈피에 ‘.ai’를 쓰는 기업이 늘면서 한동안 뜸했던 도메인 ‘대박 거래’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중심에 국가 코드 최상위 도메인 .ai를 소유한 ‘앵귈라(www.gov.ai)’라는 서인도 제도 영국령이 자리 잡았다. 인구 1만6000명에 경기 하남시(93㎢)보다도 작은 이 나라가 지난해 .ai 사용료로 20만여개 인터넷 사이트로부터 벌어들인 돈이 3200만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다. .ai 이용료는 연간 140 달러 정도로 한국의 국가 도메인 .kr(2만1000원)보다 8배나 비싸다. 지난해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GDP가 앵귈라(3억2000만 달러)의 5000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AI의 위력은 가히 핵폭탄급이다.

반면 오세아니아 지역 섬나라 니우에는 1990년대 미국 기업인에게 국가 도메인 ‘.nu’에 대한 권한을 인터넷 개설 대가로 넘겼다가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업인이 nu가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지역 언어로 새롭다(new)는 뜻을 담고 있고 이 지역에서 가장 애용하는 단어라는 걸 알고 스웨덴 인터넷 재단에 사용권을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니우에는 이 재단을 상대로 3000만 달러 손배배상 청구에 나섰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nu는 누구든지 홈피 주소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가상의 세계가 개인을 넘어 국가까지 ‘소외 공포(포모· fear of missing out)’신드롬으로 들었다 놨다하는 시대가 됐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