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 강대강 대치… 의료계 고집 버리고 대화로 해결해야

입력 2024-03-25 04:03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에 한 의료 관계자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늘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고 외래 진료와 근무 시간도 점차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역시 업무개시명령에도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면허 정지’ 처분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의대 증원 대학 배정 절차가 완료됐음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는 좀처럼 풀릴 줄 모른다. 이에 애꿎은 환자 피해만 더욱 커질까 걱정이다. 다만 어제 여당의 중재를 통해 의정 간 대화 모색 움직임이 나타났는데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될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겉으로는 대화하자고 한다. 하지만 ‘2000명 증원 불변’(정부)과 ‘2000명 증원안부터 철회’(의료계)를 서로 조건으로 내세우니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명분과 여론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의료계가 먼저 자신의 입장을 거둬야 한다.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각종 자료, ‘응급실 뺑뺑이 사망’ ‘소아과 오픈런’의 현실은 하나같이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약 1년간 27차례의 의정협의체, 정부와 130여차례 만남을 가지면서도 1명의 증원도 안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국민 70% 이상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에 지지를 보내자 뒤늦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외치니 어느 누가 진정성을 느끼겠나. 증원 관련 제도적 절차도 사실상 끝났기에 의료계는 괜한 고집을 버리고 이제는 어떻게 필수의료를 살릴 것인지를 정부와 협의하는 게 정도다.

이런 가운데 어제 여당과 의료계가 만난 뒤 대화 여지가 생긴 것은 다행스럽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난 뒤 대통령실에 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를 전한 뒤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모처럼 소통의 물꼬가 튼 느낌이다. 의료계는 대화에 진정성을 보이고 전공의 복귀를 설득해야 하며 정부도 강경책을 자제하면서 의료계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게 이런 모습이다. 시작이 반이다. 의료 백년대계는 미우나 고우나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세울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