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세종갑 이영선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후보 등록이 끝난 뒤라 다른 후보를 내지 못하는데도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재산 내역에서 뒤늦게 드러난 문제가 그만큼 심각했다. 아파트 4채,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등 부동산을 11채나 보유했고, 그 총액이 38억원인데 대출이 37억원이나 됐다. 대출받아 집 사서 세 주고, 그 보증금에 다시 대출을 더해 또 집을 사는 전형적인 갭투기로 부동산을 불려왔다. 그렇게 사들인 곳은 경기 인천 대구 대전 세종 등 전국에 분포돼 있어 투기 목적임을 말해준다. 부동산 업계에서 “이 정도면 꾼”이라 말하는 이를 ‘민생 변호사’라며 후보로 내세웠던 것이다. 민주당은 “의석 손실을 무릅쓰고 취소했다”고 합리화할 게 아니라 이런 부적격자조차 걸러내지 못한 부실 공천을 유권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번 총선의 여야 공천은 유독 번복과 취소가 많았다. 후보를 정했다가 자질 문제가 드러나 뒤늦게 갈아치우기를 서로 경쟁하듯 반복했다. 민주당은 서울 강북을에서 정봉주 조수진 후보의 과거 발언과 행적이 잇따라 문제를 일으켜 공천을 두 번이나 취소했다. 반미 전력 등에 위성정당 후보들을 교체한 것까지 더하면 공천 번복이 10건에 육박한다. 국민의힘도 검찰 수사 중인 김현아 박일호, 5·18 폄훼 등 부적절 발언이 드러난 도태우 장예찬, 과거 골프 접대 의혹이 제기된 위성정당 이시우 후보의 공천을 잇달아 취소했다. 여야 모두 ‘시스템 공천’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너무 쉽게 문제가 드러나고 뒤집기를 거듭한 탓에 ‘호떡 공천’이라 불리고 있다.
잦은 공천 번복의 원인이 주로 후보의 자질 문제, 그것도 과거 행적이었다는 점에서 각 당은 부실 공천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조수진 후보의 성범죄자 옹호 전력은 폭로된 진실이 아니다. 스스로 블로그에 자랑삼아 올린 거였다. 이렇게 인터넷 검색만 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검증조차 안 하고 총선 후보로 내세운 데서 여야의 호떡 공천이 비롯됐다. 그런가 하면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후보 앞 순위 10명 중 4명을 보란 듯이 피고인과 피의자로 채웠다. 검증 따위는 아예 신경도 안 쓰는 당마저 등장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걸러낸 부적격자보다 걸러지지 않은 부적격자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 등록된 지역구 후보 698명과 38개 정당 비례 후보 중에 결코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될 이들이 촘촘히 박혀 있을 것이다. 이제 그들을 걸러낼 수 있는 것은 유권자뿐이다. 어느 선거보다 꼼꼼하게 후보의 적격성을 따져 투표해야 한다. 정당이 할 일을 못했으니 그러는 수밖에 없다. 지난 4년간 정치의 수준을 격하시킨 자격미달 의원들의 작태를 다시 보지 않으려면 유권자가 나서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