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삼천피?

입력 2024-03-25 04:07

국내 증시가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코스피 3000’ 달성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과 일본 증시 흐름을 따라 국내 주가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 속에 증권사들이 코스피 목표치를 3000 이상으로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신용 거래도 크게 늘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연간 목표치를 3100으로 상향한다고 24일 밝혔다. 미국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올해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보이고,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기업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지난해 말만 해도 국내 증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해외 여러 투자은행(IB)이 예상한 올해 말 코스피 예상치는 2670~2800선이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주식 시장이 글로벌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한 원인은 실적에 대한 의구심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통 반도체 시장의 업황이 개선되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삼성전자 등의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 강도에 따라 코스피 연간 레벨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올해 코스피 등락 범위를 기존 2300~2800에서 2500~3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하고 기업들도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한국 주식 시장의 구조적 개선이 시작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단기적으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밸류업은 일시적인 트렌드나 테마가 아니다”라며 “한국 주식시장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도 증가하는 추세다. 주가가 상승할 것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1일 기준 19조51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치다.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의 신용잔고가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5237억9000만원, SK하이닉스는 3125억7000만원으로 이달 들어 각각 10%, 52%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엔비디아 그래픽 처리장치(GPU)에 삼성전자 HBM(비대역폭메모리)이 들어갈 것이란 기대가 주가 급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2021년 12월 27일 이후 한 번도 종가 기준 주당 8만원 고지를 밟지 못한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7만9300원까지 오르면서 ‘8만 전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요국 증시 전망이 밝은 점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 지수)는 사상 처음 4만 선을 넘긴 데 이어 올해 4만5000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현재 5234선에서 6000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