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홍콩ELS 자율배상’ 협의 속도… 내달 첫 사례 나올 수도

입력 2024-03-25 04:05

주요 시중은행이 이번 주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배상 방침을 확정한다. 이사회 승인이 마무리되면 은행권은 다음 달부터 개별 투자자들과 배상 비율 관련 협의에 나설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은 이번 주 임시 이사회를 연다. 각 은행이 추정한 H지수 ELS 배상 규모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는 배상 관련 손실을 충당금 등의 방식으로 1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것을 승인하는 등의 절차를 위해서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 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28일 이사회가 예정돼있다. 손실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주 후반 이사회를 열고 H지수 ELS 자율 배상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손실률 50%·배상률 40%’ 시나리오에 맞춰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손실이 대체로 확정된 2021년 1~7월 판매분(2024년 1~7월 만기 도래분)을 중심으로 손실·배상 규모를 따지면 6개 은행의 올해 1분기 관련 충당금 적립 규모는 최소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판매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충당금 비중이 약 1조원이다.

배상 규모를 100억원 정도로 추정한 우리은행은 배상 비율을 40%보다 다소 높게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판매 규모가 다른 은행에 비해 작아 이런 계산이 가능하다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손실이 확정된 고객이 있는 하나은행이나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은행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첫 배상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대부분 사례에선 배상 비율 협의와 투자자 동의 등 과정이 지난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자율배상 방침 확정은 어디까지나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은행권의 의지 표명·선언적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율배상 첫 타자로 나선 우리은행도 기본적으로 금융감독원 배상안(0%~100% 차등 배상)을 따르지만 투자자별 요소 고려, 개별 협의, 투자자 동의 등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배상 비율을 바로 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종 관건은 투자자가 배상안에 동의하느냐다. H지수 ELS 피해자 모임은 손실액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자율 조정에 실패하면 분쟁 조정 혹은 소송 등 장기전으로 넘어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