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찬주의 바다와 기후변화] 되돌리기 힘든 ‘기후 티핑포인트’ 이미 5곳에서 위험 신호

입력 2024-03-26 04:04

일반적으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작은 변화가 시스템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지점 또는 일련의 작은 변화가 크고 중요한 변화를 일으킬 만큼 중요해지는 지점을 의미한다. 임계점, 급변점 등으로 불린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임계점이 기후계에도 존재한다는 개념이 ‘기후 티핑포인트’이다. 기후 티핑포인트를 지나가면 심각한 재해가 발생하는데 얼음 녹음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아마존 열대우림과 열대 산호초 파괴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 영구동토 해빙에 따른 탄소 대기 방출 등이 그 예이다. 기후 티핑포인트라는 개념은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가 약 20년 전에 도입한 개념이다. 도입 당시에는 ‘기후계 대규모 불연속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지구 온난화가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을 5도 높이면 기후계 ‘대규모 불연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발간된 IPCC 특별보고서에서는 지구 온도가 1~2도 상승해도 티핑포인트를 초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즉 ‘영향력은 크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건’으로 여겨졌던 기후 티핑포인트는 ‘영향력은 물론 가능성까지 큰 사건’으로 변하고 있다.


양의 되먹임으로 급격한 변화

티핑포인트를 넘어가게 되는 핵심 요인은 양의 되먹임(feedback)이다. 양의 되먹임 과정이 강한 경우 변화의 정도가 급속하게 빨라질 수 있다. 이는 어떤 현상 A의 변화가 다른 현상 B의 변화로 이어지고 B의 변화가 다시 A의 변화를 크게 하는 방식으로 일어날 때 발생한다. 마이크와 스피커가 너무 가까이 있을 때 마이크에 입력된 소음이 스피커에 의해 증폭되고 이렇게 증폭된 소음이 다시 마이크에 입력되어 소음이 급격하게 커지는 경우가 한 예이다.

기후계에서 양의 되먹임의 대표적인 예가 해빙-반사이다. 흰 눈이 덮인 얼음은 햇빛을 80% 이상 반사하지만 얼음이 없는 짙은 색의 바다 표면은 햇빛을 95% 이상 흡수한다. 검은색 옷이 흰색 옷보다 햇빛을 더 잘 흡수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온난화로 인해 해빙이 줄어들면 바다 표면의 반사도가 작아지고 바다 표면이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하여 수온이 더 상승하고 해빙이 더 많이 되는 되먹임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이 멈추지 않고 지속하면 새로운 기후로의 큰 전환이 불가피한 티핑포인트에 도달하게 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티핑포인트들이 제안되었으며, 지구 기온이 5도 상승할 경우 이러한 티핑포인트들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평가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1.5도만 초과해도 다양한 티핑포인트의 임계값을 넘을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핑포인트는 크게 빙권, 해양과 대기, 생물권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뉘며 그린란드 빙상의 녹음에서부터 산호초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발간된 ‘글로벌 티핑포인트’ 보고서는 25개 이상의 기후 티핑포인트를 분석하였으며 현재 온난화 수준에서 그린란드 빙상, 서남극 빙상, 영구 동토층 지역, 열대 산호초, 북대서양 해양순환 등 5가지 주요 시스템이 이미 티핑포인트를 넘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위기는 향후 수십 년 내에, 그리고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의 지구 온난화에서 현실화할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 주요 작물 재배 불가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대서양 해양순환 변화 주목해야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북대서양 해양순환의 변화가 티핑포인트의 한 예이다. 북대서양 해양순환은 전 세계로 열과 염분을 수송하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바다로 흡수하는 데에 기여한다. 수온이 상승하고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북대서양에 민물이 들어가게 되면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져 북대서양 해양순환이 느려지고 더 나아가 이 순환이 붕괴되는 티핑포인트를 통과할 수 있다.

서남극 빙상과 그린란드 빙상이 급격하게 녹아내리는 것도 문제다. 수치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서남극 빙상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3m 정도 상승할 것이며 이러한 서남극 빙상 붕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린란드 빙상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7m 정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더해 최소 2년 이상 얼어 있는 지역인 영구동토층이 녹는 것도 주목하여야 한다. 전 세계의 영구동토층에는 약 1035억t 정도의 탄소가 함유되어 있는데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메테인과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 중에 배출되어 지구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 또한 영구동토층에 있는 건물의 안정성 등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도 간과할 수 없다. 강우량이 감소하면 아마존 열대우림은 더 이상 열대우림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지나 초원과 같은 상태로 급속히 변할 수 있다. 또한 열대우림에 갇혀 있던 탄소가 대량으로 방출되어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할 것으로 생각된다.

티핑포인트 연쇄반응 더 심각한 문제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여러 기후 티핑포인트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하나의 티핑포인트가 발생하면 다른 티핑포인트 발생을 촉진하여 연쇄반응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를 ‘티핑 폭포’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북극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린란드 빙상과 북극 바다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로 열과 염분을 수송하는 대서양 해양대순환을 느리게 해 남아메리카의 몬순(계절풍)을 변화시키고 이러한 몬순 변화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가뭄을 더 자주 일으켜 아마존의 탄소 저장 능력을 낮추며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여러 기후 티핑포인트를 넘나드는 티핑 폭포가 발생하게 되면 그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고 심각할 것이다. 일단 티핑포인트를 지나면 시스템이 새로운 안정 상태에 도달하기 때문에 되돌리기가 더 어렵다.

기후 티핑포인트에 언제 다다를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분명한 점은 현재 기후계가 다양한 티핑포인트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기후가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