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75>] “이 세상 유일한 소망은 하음이가 건강해지는 것”

입력 2024-03-25 03:04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하음이가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올해 중학생이 된 하음(13)이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다. 그는 출생 당시 무호흡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뇌병변 진단을, 여섯살에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집에서 만난 하음이는 침대에 일자로 누운 채 고개만 살짝 돌려 텔레비전 속 만화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의사표현이 거의 불가능한 탓에 취재진 인사에 눈동자만 살짝 움직일 뿐이었다.

어머니 정은정(46)씨는 하음이가 태아일 때만 해도 건강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건 세상에 태어난 후 10분 남짓한 사이였다. 신생아가 태어난 후 호흡을 하지 않으면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돼 뇌손상이 시작된다. 하음이도 같은 상황이었지만 의료진의 안일한 대처에 골든타임을 놓쳐버렸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이송됐을 땐 이미 뇌손상이 시작된 후였다. 4개월간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정씨는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제 인생도 180도 달라졌다”며 “하루아침에 절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한순간도 약해질 수 없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은 신앙이었다. 지금도 매일 기도로 삶의 끈을 붙잡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버지 김윤환(50)씨는 올 1월 직장의 임금체불로 퇴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직장 상사의 명의도용 피해로 인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루아침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게 된 김씨 가족의 유일한 수입은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실업급여가 전부다. 하음이는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생활고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씨는 “유일하게 바라는 건 하음이가 건강해지는 것, 그리고 하음이와 같은 날에 떠나는 것”이라며 “이외에 바라는 건 없다. 하음이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24년 2월 22일~3월 19일/단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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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