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협 회장 후보들의 황당한 주장

입력 2024-03-23 04:01 수정 2024-03-23 04:01
왼쪽부터 임현택,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후보. 연합뉴스TV 캡처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공약과 주장이 도를 넘었다. 의대 증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한 뒤 보건부의 장·차관을 의협이 추천하는 인사로 관철시키겠다는 공약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의협이 정부 조직과 인사를 주무를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도록 하고 복지부의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주장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권위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이 공약을 내건 후보는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자의식의 과잉이다. 진료보조(PA) 간호사의 의사대행을 금지하고 한약과 한방을 불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공약은 혀를 차게 한다. 의사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주장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겠는가. 의사들의 의료행위 독점을 깨야 한다는 게 지금의 여론이다.

개원의가 주도하는 의협이 전국 14만 의사들을 대변하는 유일 단체인지는 의문이다. 의사 면허를 따면 자동적으로 의협 회원이 되는 것은 맞지만 회비를 내고 투표에 참여하는 의사는 5만여 명이다. 투표권을 가진 의사는 전체 회원의 37%에 불과하다. 의협 활동에 동의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의사들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같은 의사라도 대형병원을 운영하는 원장과 동네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봉급자 생활을 하는 봉직의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의료 수가를 놓고는 진료과목마다 의사들의 입장이 갈린다. 의사 파업을 주도하는 전공의들의 근무여건 개선이 개원의들의 우선 관심사는 아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정부와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의협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계의 대화 상대를 의협으로만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

의협 정관에는 의협이 국민건강증진과 보건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존립하는 법정 단체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의협은 이런 설립 목적과 달리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정부에 맞서 의사들의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건 언제나 의협이었다. 의협의 억지주장과 선동에 역대 정부는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의협이 정부 조직과 인사마저 좌우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의협은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의협이 제 분수를 모르면 법정 단체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