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달 내 돌아오라”… 선택지 좁아진 전공의

입력 2024-03-22 04:08
의료 관계자가 2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정부는 이날 면허정지를 경고하며 전공의의 의료 현장 복귀를 압박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해 다음 주부터 면허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가 이미 정원 배정을 완료한 데다 처분에도 원칙 대응을 강조하면서 전공의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현장 복귀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주당 근무시간 축소를 언급하며 전공의와 함께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을 향해 “3월 안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결정이 더 늦어질수록 의사로서의 개인 경력에도, 장래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소속 수련병원은 이달 말까지 수련상황관리시스템에 전공의 임용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인턴(1년 과정)으로 합격한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아 임용 등록이 되지 않으면 수련 기간을 채울 수 없어 내년도 레지던트에 지원할 수 없다.

레지던트도 한 달 이상 수련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추가 수련 기간이 아예 3개월을 넘기게 되면 레지던트를 수료하는 해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이미 3개월 면허정지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다음 달 시스템상 근무 등록마저 되지 않으면, 면허정지(3개월)에 더해 초과기준 기간을 넘기 때문에 전문의 준비에 1년이 더 소요된다는 것이다.

전공의가 요구한 의대 증원 백지화는 이미 2000명 정원 배정이 완료돼 협상 여지가 사라졌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역시 정부가 대화를 열어두긴 했지만 “복귀 후 협의”를 강조해 왔다. 결국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선택할 수 있는 협상 카드는 복귀 외에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다음 주 무더기 면허정지 처분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전공의를 압박했다. 박 차관은 “본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며 “기한을 넘겨서 복귀하는 경우 처분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이 ‘강제노동협약’ 위반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개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ILO는 ‘자격 없음’을 이유로 종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유일한 전공의 대표 단체라는 점을 설명하며 ILO에 개입을 재요청한 상태다. ILO를 통한 업무개시 명령 무효화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전공의는 행정소송과 여론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오는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외래진료도 축소하기로 했다. 전공의 이탈 이후 교수와 전임의가 남아 당직 근무 등을 소화하고 있는데 이들의 근무시간은 평소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 근로시간을 지킨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교수들이 의료 공백 메우기를 거부하고 전공의와 함께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