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귀국했다. 지난 10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사 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과 ‘정부 심판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교차하고 있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 조율이 잘돼서 조사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이어 “저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후 “그다음 주에는 한·호주 간 계획되어 있는 ‘2+2회담(외교·국방장관 회담)’ 준비와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사는 “두 가지 업무(공관장 회의와 ‘2+2회담’)가 전부 다 호주대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라며 “그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가 밝힌 일정을 감안할 경우 이 대사가 오는 4월 10일 총선 무렵까지 국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사는 ‘사의 표명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사는 “수사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밝히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여권에서는 이 대사의 귀국으로 ‘도주 출국’ 논란이 사그라들면서 상황이 수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 대사의 귀국과 관련해 “이제 답은 공수처와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총선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 대사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분출됐다.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 출마)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사를 겨냥해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고 압박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이 대사가 거취 문제로 고민한다면 스스로 고민하고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사의 해임과 함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을 관철시켜 이 대사의 출국 과정 전반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군검찰에 의해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