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사직 강행 예고한 의대 교수들 ‘대화 중재’ 움직임

입력 2024-03-22 04:05
한 의료 관계자가 21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비상구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다. 정부는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다음 주부터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사직을 예고한 교수들이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조치를 풀어준다면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교수들은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갈등을 봉합하겠다면서도 오는 25일 예고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주당 근무시간까지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정부가 먼저 전공의에 대한 조치를 풀고 먼저 끌어안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해야 한다”며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저희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서울대 등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한 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발표는 향후 10년간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비대위는 여전히 중재자로서 정부와의 대화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의 강경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대의료원 교수는 이날 ‘사직의 변’에서 “전공의들이 돌아올 다리는 끊겼다”며 “정부의 폭압적 독선을 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3월 25일에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2일까지 차기 회장 선거를 진행하는데, 강경파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전공의와 교수에 더해 개원의 집단 휴진으로도 번질 수 있다.

진료 축소도 현실화할 전망이다.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총회에서 교수들이 진료 축소를 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5일부터 외래진료와 수술, 입원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고, 다음 달 1일부터는 응급 및 중증 환자의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후 40시간까지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수들은 전공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평소보다 2배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고,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경우 주당 100시간 넘게 근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료 공백을 더 메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의교협과 연대하는 대학은 전국 40개 의대 중 33개에서 39개까지 늘어났다.

반면 병원을 지키겠다는 학회 성명도 이어졌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대형병원 운영이 파행하면서 불편을 겪고 고통받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최선을 다해 소아 응급 환자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회 역시 전날 “응급의료의 최일선을 유지하고 마지막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