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회피’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서둘러 입국한 것이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사 귀국이 국민의힘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여권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종섭 즉시 귀국’ 요청을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윤·한 갈등’이 일단락됐다는 안도감이 감지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윤재옥 원내대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 대사 귀국과 관련해 “이제 답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와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반격했다.
한 위원장은 공수처와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아직 (이 대사를 조사할) 준비가 안 됐다면 이건 공수처와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질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또 “이렇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시끄럽게 언론플레이하고, 직접 입장문을 내는 수사기관(공수처)을 본 적이 없다”면서 “민심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와 이 대사 귀국으로 국면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요구하는 대로 국민 눈높이에 맞춘 조치들이 이뤄졌고, 갈등이란 게 만약에 있었다면 어느 정도 봉합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용호 의원(서울 서대문갑 출마)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수석 사퇴와 이 대사 귀국으로 어느 정도 수습되고 위기감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사 귀국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정부 심판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민주당은 이 대사 이슈를 이번 선거 끝까지 끌고 가려 할 것”이라며 “중도층 표심이 ‘윤석열정부 심판론’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 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분출되는 것도 부담이다.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 출마)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귀국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자진 사퇴 주장은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주장”이라면서도 “이 대사가 입국해 조사를 기다리는 만큼 공수처가 결국 사건의 본질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한 갈등’의 잔불이 여전히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을 대통령 민생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가까우면서도 여권 불모지인 광주에서 활동한 주 특보를 비례대표 공천에서 배려하지 않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주 특보는 비례대표 공천에서 당선권 밖 후순위(24번)에 배치되자 사퇴했고, 재조정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주 특보 임명에 대해 “민생 과제 발굴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을 도와 달라는 취지인 것으로 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구자창 이경원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