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행이 확정됐다. 권씨는 이르면 23~24일 한국으로 송환돼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내 피해자들의 구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20일(현지시간)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은 “원심(고등법원)은 한국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순서상 먼저 도착한 점을 근거로 권씨의 한국 인도를 결정했다”며 “이는 동일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여러 국가가 요청했을 때 적용되는 형사사법 공조에 관한 법률 제26조 등을 올바르게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심이 확정되면서 권씨 신병 인도와 관련한 몬테네그로 재판부의 사법 절차는 모두 종료됐다. 권씨의 법률대리인은 “항소법원의 결정에 만족한다”며 “몬테네그로와 한국 법무부가 경찰 당국과 함께 인계 시간, 장소, 조건을 결정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위조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권씨는 형기가 만료되는 23일이나 24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한국의 형량이 미국보다 낮아 한국 송환을 강력히 희망한 권씨의 의지가 관철된 셈이다. 미국에선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므로 권씨의 경우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애초 몬테네그로 법원은 미국 인도를 결정했으나 권씨 측이 법정 다툼 끝에 결정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 진행될 권씨 형사 재판 쟁점은 가상자산의 ‘증권성’이 인정되느냐다. 가상화폐의 증권성이 성립되지 않으면 권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어 그만큼 처벌 근거가 약해진다.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인정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법원은 인정하지 않고 있어 자본시장법 의율(법원이 법규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는 일)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형사 재판과 별개로 권씨가 한국 땅을 밟게 되면 국내 투자자들의 민사 소송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추후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권씨가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권씨가 한국에 인도되더라도 협상을 통해 뉴욕에서 먼저 재판받을 수 있다”며 “미국은 전 세계에 있는 권씨 자산을 압류해 (인도받는 조건으로) 한국과 공유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