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특유의 수익 모델인 폐쇄적 생태계가 ‘안방 시장’인 미국에서도 애플의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합심해 애플 앱스토어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법무부는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할 전망이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X(옛 트위터), 스포티파이,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매치’는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법원에 애플의 앱 결제 시스템에 항의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냈다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1월 아이폰용 앱에 대한 앱스토어 내 결제만 허용하는 애플의 정책이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외부 결제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에픽게임즈가 2020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애플에 대한 소송을 낸 데 대한 판결이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앱스토어 밖에서의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애플은 외부 결제를 할 때 최대 27%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법원의 명령을 따르게 해 달라는 청원서를 최근 제출했다. 메타 등 5개사는 에픽게임즈의 편에 서면서 ‘반(反)애플 전선’에 동참한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조만간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앱스토어 정책을 비롯해 아이폰에서 애플페이 외 타사 결제 서비스가 제한된다는 점, 애플 워치가 다른 회사의 스마트폰보다 아이폰과 연동이 더 잘 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애플 뮤직과 타사 앱 스포티파이 간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8억4000만 유로(약 2조6500억원)를 부과한 바 있다. 애플은 지난 7일부터 EU 국가에서 시행된 디지털시장법(DMA)의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에 이어 미국에서도 애플의 독점적 행위를 더는 묵과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는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도 ‘독’이 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애플은 이례적으로 아이폰 신제품에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구글의 AI 검색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하며 ‘AI폰’이라는 타이틀을 선점했다.
애플은 중국에서도 미·중 갈등과 ‘애국 소비’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 최근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신제품 아이폰15 시리즈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중국을 방문 중이라고 알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