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종섭은 사퇴하고, 공수처는 신속히 결론 내라

입력 2024-03-22 04:02
이종섭(가운데) 주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귀국했다.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내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을 이유로 들어왔다지만, 총선을 앞두고 도피성 부임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커지자 서둘러 귀국했을 것이다. 벌써부터 ‘총선용 일시 귀국’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 대사는 본인이 체류하는 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조사 시기를 가급적 본인 체류 스케줄에 맞춰 달라는 것인데, 일반 국민들로선 엄두도 못낼 주문이다.

이 대사가 귀국했다고 외압 논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의혹 규명의 시작일 뿐이다. 젊은 군인이 임무 수행 도중 안타깝게 숨진 사건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규명돼야 하고, 특히 수사 외압이 있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 관계자가 해외로 들락거리는 상태로 조사가 이뤄진다면 조사가 제때에, 충분히 이뤄지긴 어렵다. 대사가 수시로 귀국해 조사받으러 다니면 주재국도 좋아할 리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이 대사가 직을 내려놓고 국내에 머물며 조사받는 게 가장 합당하다. 애초 의혹의 핵심 당사자를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내보낸 것 자체가 오해를 살 만한 일이었다. 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사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해외를 오가며 조사받으면 국민들이 결과를 신뢰하지 않을 개연성도 높다. 또 나중에 기소라도 된다면 재판받을 때마다 귀국할 수도 없지 않은가. 기왕 이 대사를 귀국시켰으면 더는 도피니 아니니 하는 논란이 없도록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사를 경질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보다 신속히 수사해 가능한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공수처가 이 사건을 쥐고 반 년이 지나도록 진척 없이 꾸물거렸기에 이 대사가 해외로 나갈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이 대사가 국내 머무는 동안 어떤 조사도 받지 않고 또다시 해외로 나간다면 공수처도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