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첫 ‘완전체 전원합의체(전합)’ 심리가 21일 열렸다.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한 전합 심리는 지난해 8월 이후 7개여월 만이다. 조 대법원장 체제 전합은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직접 응해야 하는지,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원심 판결이 옳은지 등 사회적 가치 정립이 필요한 안건들을 심리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1일 6건의 사건을 새로 전합 심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기존에 심리 중이던 11건까지 더해 17건에 대한 심리가 이날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조 대법원장 취임 후 지난 1월 18일과 2월 22일 두 차례 전합 심리가 진행됐다. 당시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이 퇴임한 상태라 대법관 11명만 참여했다. 후임인 엄상필·신숙희 대법관이 지난 4일 취임하면서 전합에 참여하는 대법관 정원이 모두 채워졌다.
마지막 완전체 전합 심리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해 8월 10일이었다. 지난해 9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로 시작된 ‘대법관 공백 사태’가 마무리되고 대법원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전합 구성은 진보 우위였던 김 전 대법원장 체제와 달리 ‘중도·보수 8’ 대 ‘진보 5’로 재편된 상태다. 법 조항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기보다는 규정상 내용을 중시하는 판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합 심리는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이 참여한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대법관들의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전합으로 넘겨 심리한다. 대법관 사이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도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등은 전합 심리 안건으로 지정된다.
이날 대법관들은 전합에서 새 법리를 내놓거나 기존 판결을 바꿀 경우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들을 심리했다.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직접 응해야 한다”며 낸 소송 결과가 주목을 받는다. 1·2심은 금속노조가 패소했다. 전합 판결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등이 추진하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노란봉투법’ 도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해당 법에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지가 쟁점인 사건에선 1·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현행법상 부부는 남녀 간 결합이고,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동성 커플을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 대법원이 2심을 받아들일 경우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