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반전” vs “승리로 심판”… 명룡대전 ‘최대 격전지’

입력 2024-03-22 04:06
4·10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병방초 앞에서 주민을 만나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대표가 미추홀구 토지금고시장을 찾아 주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인천=최현규 기자

인천 계양을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선거구다. 계양구가 갑·을로 나눠진 것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다. 지금까지 계양을에서 실시된 다섯 차례 국회의원 선거와 두 번의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 정당이 승리한 것은 보궐선거 한 번뿐이다.

보수 정당에 험지로 분류되는 인천 계양을이 4·10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키는 이 지역구에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총선을 3주 앞둔 20일 두 후보의 선거운동 현장을 동행하며 지역 민심을 살펴봤다.

지역 밀착…“원희룡은 진짜 합니다”

“승리하세요. 꼭 당선되셨으면 좋겠어요.” 50대 여성이 인천 계양구 병방초등학교 일대에서 거리인사 중인 원 전 장관과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천수 후원회장을 보자 뛰어오면서 던진 말이다. 앞서 원 전 장관과 이 후원회장은 선거운동을 위해 식당에 들어갔다가 “밥맛 없게. 저리 가요”라는 항의를 들었고, 이 후원회장은 폭행을 당하고 협박을 받기도 했다. 이런 변화와 관련해 이 후원회장은 “분위기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실제 와보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를 모른다”고 귀띔했다.

실제 원 전 장관은 이날만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공식적으로만 14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원 전 장관은 “지난 한 달간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계양의 거의 모든 곳을 발로 뛰었다”며 “이제는 주민들이 많이 응원해 주신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이 내세우는 슬로건은 ‘원희룡은 진짜 합니다’이다. 국토부 장관 경력을 살려 다양한 교통·개발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대표 공약은 계산역·임학역 역세권 통합개발과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동양동·박촌역 연장, 서울 지하철 2호선의 계양·서운·작전 연장이다. 원 전 장관은 “공약 이행 시간표까지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높았다. 60대 여성 권모씨는 “10년 넘게 이 지역에 살아왔는데 계양구가 전반적으로 많이 낙후됐다”며 “원 전 장관은 집권여당 출신인 만큼 정말 바꿔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주변에서도 ‘이번엔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학력고사·서울대 입학·사법시험이라는 수석 ‘3관왕’ 경력을 앞세워 전국 최초 ‘사교육비 경감지구 지정’, 방과후 수준별 인터넷 강의 등을 제공하는 ‘계양 교육지원센터 설립’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 공약도 발표했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와 지역에서 장기 집권해 온 민주당에 대한 피로감도 감지됐다. 계양역에서 만난 김모(55)씨는 “이 대표는 매번 법원 출두하느라 바빠 계양을에 들어와서 한 것도 없다”며 “원 전 장관이 지역에서 정말 열심히 활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총사령관 역할… “계양이 대한민국”

이 대표는 20일 인천 지역구 전반을 두루 훑으며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와 서울특별시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뒤 오후부터 인천 미추홀구·서구·부평구 등을 돌며 ‘정부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원 전 장관이 계양을 선거에 소위 ‘몰빵’ 전략으로 임하는 것과 달리 이 대표는 민주당 전체 선거를 책임지는 ‘총사령관’ 역할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전국을 돌며 민주당 후보 지원사격에 나서는 동시에 계양을 지역구에는 저녁과 주말 등 시간을 쪼개 찾고 있다.

이 대표의 공식 슬로건은 ‘계양이 대한민국입니다’이다. 이 대표 캠프 측 관계자는 “계양에서 반드시 승리해 국가 전체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가겠다는 이 대표 뜻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국적으로 ‘정부 심판론’ 열기를 고조시킨 뒤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28일부터 ‘베이스캠프’를 계양을에 두고 지역구 선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역구 핵심 공약으로 계양테크노밸리의 첨단산업단지 지정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계양테크노밸리를 제2의 판교테크노밸리로 만들고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3기 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철도망이 깔리지 않은 점을 개선하고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계양을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전략으로 내세우는 ‘정부 심판론’이 먹혀드는 분위기다. 30년간 보수 정당에만 투표했다는 아파트 경비원 이모(60)씨는 “이번엔 이재명 쪽으로 60% 마음이 기울었다”면서 “의대 증원과 이종섭 주호주 대사 임명 문제만 봐도 윤석열정부는 무작정 밀어붙이기식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동정론으로 이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년째 계양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70대 박모씨는 “지금까지 검찰이 탈탈 털어도 이재명 구속을 못 하는 걸 보면 오히려 결백하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면서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천=김이현 신용일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