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공천을 따낸 조수진 변호사가 다수 성범죄자의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자의 ‘피해자다움 부족’을 강조하거나, 피해자 가족을 언급하면서 2차 가해를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조 변호사는 2018년 술 취해 잠든 19세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 2021년 여성 208명의 몰카를 찍고 음란물 사이트에서 몰카 촬영물을 다운로드 받은 남성, 2022년 특수강간 혐의를 받는 남성 등을 변호했다. 2022년 30대 여성 환자에 대한 추나 치료 도중 속옷 안으로 손을 넣은 한의사의 변호에 참여했을 때는 피해자의 ‘피해자다움 부족’을 활용했다. 진료실에서 추행을 당하고도 간호사 등에게 알리지 않았고, 이후에도 같은 이에게 진료받은 점 등을 내세워 성추행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은 가해자를 2심에서 변호할 때는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이 감염됐을 수 있다”며 피해자 아버지를 언급했다. 1심 형량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점을 고려하면 조 변호사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2차 가해를 한 셈이다. “상당히 부적절한 변론 방식”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도 나온다.
지난해 9월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10세 여아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학대한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아냈다고 홍보했다. 블로그에서 성범죄 재판 노하우도 소개했는데 피의자에게 ‘강간통념’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강간통념에 대해 “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이라면서 “증거 자료와 상황이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변호 이력이 속속 밝혀지면서 146개 여성단체가 출범시킨 ‘어퍼’는 민주당에 공천 취소를 요구했고,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성범죄자를 다수 변호하고 그 이력을 광고한 이가 공천 과정에서 감점은커녕 여성가산점을 받은 데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과거 성범죄자의 변론을 맡은 것과 블로그에 홍보한 것은 변호사의 윤리규범을 준수한 활동이었다”고 했다. 민주당도 공천을 재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후보자도, 당도 별 문제 없다니 충격을 받은 국민들만 황당해졌다. 성범죄 피의자에게 재판 대비 요령을 알려주던 이가 여성가산점을 받아 국회의원 후보자가 됐는데 이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