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주한미군을 줄이거나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주한미군사령관이 현재 병력 규모인 2만8500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폴 러캐머라(사진) 주한미군사령관은 20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주한미군 2만8500명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
북한과 경쟁하기 위한 대비태세를 구축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한반도 안팎에서 이뤄지는 양자 및 3자, 다자 훈련, 다영역에서의 실제 및 가상 훈련, 차세대 역량 실험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통같은 방위공약과 전투태세를 유지하려면 우리는 의회의 지속적인 지원과 (북한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군사위에 제출한 서면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한반도에 제3국이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 모두 한국에 미군 2만8500명이라는 최고의 합동 전력이 전방 배치됐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며 “지리적 현실과 매우 큰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한국은 동북아시아 안보의 핵심축이자 우리가 꼭 방어해야 하는 조약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량살상무기 도발을 이어가는 의도에 대해 “최우선순위는 정권 생존”이라며 “김정은은 정권 생존에 필요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제재를 완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회색지대’(저강도 도발)에서 활동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같은 청문회에서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은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도 공격적인 군사력 확대와 현대화, 강압적인 회색지대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모든 징후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마치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선 “전쟁하지 않고 대만을 흡수하기를 원할 것이라는 게 내 견해”라면서도 “중국의 의도는 행동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군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맹인 필리핀을 겨냥한 중국의 공격적이며 위험한 활동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만약 필리핀의 선원이나 군인이 한 명이라도 죽는다면 상호방위조약 5조를 발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