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2025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APEC 정상회의는 미·일·러·중 세계 4강을 비롯해 태평양 연안의 21개국 정상·각료·언론인 등 2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정상회의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다. 우리의 5000년 유구한 역사문화와 한국의 경제발전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국격 상승과 국가 자긍심을 고취하는 국제회의이자 외교·경제 문화적 역량을 세계에 선보이는 자리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
경주시는 2005년 부산 개최 후 20년 만에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유치를 통해 한 차원 높은 문화의 힘을 보여줄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 K팝, K드라마, K무비 등 한류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점, 국가문화재 360점 등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산의 보고다.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고 상상해 보자.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은 형형색색 단풍이 최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세계 각국 정상과 배우자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과 월지, 첨성대, 월정교 등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진다면 한류의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이다.
경주는 현재 APEC 유치에 나선 인천, 부산, 제주 중 유일한 지방 중소도시이다. APEC의 포용적 성장가치와 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실현이라는 점에서도 경주는 충분한 명분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 블라디보스톡(2012),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 해외 성공 개최 사례도 있다. 시는 APEC 유치 시 생산 유발 1조8863억원, 부가가치 유발 8852억원 등 총 2조7715억의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한다.
준비된 국제회의도시… 최적 환경
경주는 2014년 국제회의도시로 지정됐다. 2015년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의 개관 이후 국제회의도시로서 꾸준히 마이스(MICE)산업 활성화 전략을 펼쳐왔다. 그동안 APEC 교육장관회의, 세계물포럼, 세계유산도시기구 총회 등 다양한 분야의 대형 국제행사의 성공개최 노하우를 갖췄다. 2022년에는 보문관광단지 일원 178만㎡가 비즈니스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됐고 주회의장인 컨벤션센터 증축도 올해 마무리된다.
시는 보문단지를 APEC 정상회의를 위한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보문단지는 숙박, 회의, 사무공간과 전시, 미디어센터 등 모든 주요시설이 모여 있어 정상회의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또 포항경주공항을 비롯해 1시간대 김해·대구·울산공항과 KTX경주역, 경부고속도로 등 사통팔달 완벽한 교통체계도 큰 장점이다.
국제적인 정상회의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경호와 안전이다. 정상회의가 열릴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3분 거리 이내에 위치해 이동 동선이 매우 짧다.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될 때 한·미정상회담이 경주 보문단지에서 열린 것은 그만큼 경호·안전 최적지임을 반증하고 있다.
경주시는 민관이 하나가 돼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일념으로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한 결과, 불과 85일 만에 146만3874명 서명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유관기관과 단체는 물론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서명운동에 나선 결과였다.
시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유치와 개최 도시에 걸맞은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칭찬하기, 주인의식 갖기, 공익 우선, 배려하기 등 4대 과제와 생활환경, 교통, 행락질서 등 3대 기초질서 지키기 등 실천과제 78개를 실천하고 있다. 관계기관·민간단체 등 지역사회도 자발적으로 APEC 정상회의 유치에 나서고 있다.
주낙영 시장
“대한민국 제대로 알리려면 경주… APEC 최적지”
“대한민국 제대로 알리려면 경주… APEC 최적지”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는 가장 한국적인 경쟁력을 갖춘 경북 경주가 최적지입니다."
주낙영(사진) 경주시장은 24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는 단순 회의나 도시 발전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한국의 역사와 문화, 경제발전상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국제회의"라며 이같이 말했다.
APEC 정상회의는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열린다. 현재 경주, 인천, 부산, 제주가 유치에 뛰어 들었다. 경주는 지방화 시대에 국가 균형발전과 APEC의 포용적 성장가치 실현을 위해 지방중소도시 유치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단순히 회의만 한다면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편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리려면 반드시 경주여야 한다"면서 "세계문화유산이 집적된 경주에서 회의가 열리면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유산에 대한 세계적인 이목의 집중으로 국격을 한 단계 올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북과 경주는 APEC 개최 시 국내 어느 곳보다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우리나라 산업발전 중심지인 포항과 구미, 인접한 울산과 연계해 전통문화와 경제발전의 기적을 동시에 보여 줄 수 있는 곳은 경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정상회의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경호와 안전에도 강점이 있다고 했다. 주 시장은 "정상회의가 열릴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집적해 이동 동선이 짧고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호와 안전에 완벽한 통제가 가능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유치전략, 민간주도 시민의식 선진화 운동 전개 등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마지막까지 빈틈없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