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데뷔전 2안타… 한·일 빅리거들 ‘장군멍군’

입력 2024-03-21 04:07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에선 한·일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경기에서 오타니 쇼헤이(LA)는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윤웅 기자

“노모 히데오의 나무, 박찬호의 나무가 튼튼하게 자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나무의 열매가, 더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갔으면 합니다.”

시구자로 나선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말이 증명되기까지 한나절이면 충분했다.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에서 한국·일본 빅리거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LA 다저스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시즌 개막 2연전 ‘서울 시리즈’ 첫 번째 경기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5대 2로 꺾었다. 7회까지 팽팽한 투수전 속 1-2로 끌려갔으나 8회 대거 4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신흥 라이벌로 꼽히는 양 팀의 맞대결에서 특히 돋보인 건 아시아 선수들이었다. 샌디에이고에서 3명, 다저스에서 1명 도합 4명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주인공은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야구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으로 이적한 그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정규시즌 경기에서 멀티 히트로 맹활약했다.

앞서 지난 17~18일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내리 무안타로 침묵했던 그는 본 게임이 시작되자 달라졌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샌디에이고 선발로 나선 일본인 빅리거 선배 다르빗슈 유의 높은 쪽 빠른 공을 깔끔하게 받아쳤다.

8회엔 시즌 첫 타점까지 수확했다. 볼넷과 상대 실책, 적시타 등을 엮어 4-2로 앞서나가던 1사 1, 2루에서 애드리언 모레혼의 몸쪽 강속구를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우에하라 고지를 비롯한 일본 야구 전설들, 새신부 다나카 마미코, 고척스카이돔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샌디에이고)은 안타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깔끔한 수비를 선보였다. 윤웅 기자

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가 2회 첫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에선 이날 통틀어 가장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김하성은 헬멧을 벗고 양손을 들어 성원에 답했다.

타석에선 비록 안타 없이 볼넷 하나를 얻어내는 데 그쳤지만, 수비수 김하성은 흠잡을 데 없었다. 4회 개빈 럭스의 빗맞은 타구를 민첩하게 건져 올려 1루에서 잡아내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비시즌 새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왼손 불펜 마쓰이 유키는 성공적 데뷔를 치렀다. 6회 1사 후 등판해 볼넷 하나만 내주고 키케 에르난데스와 개빈 럭스를 범타 처리했다. 선발 다르빗슈 유 또한 낯선 환경에서도 3⅔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제 몫을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